서울시 발주공사 '청렴계약제' 도입…업체-공무원 서약

  • 입력 2000년 7월 10일 19시 00분


앞으로 서울시 발주 공사에 입찰하려는 업체는 뇌물을 제공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제출해야 한다. 관계공무원도 뇌물을 요구하거나 받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내야 한다.

서울시는 10일 각종 공사계약을 둘러싼 부정 부패를 제도적으로 예방하기 위해 민관 상호간 청렴서약을 하는 ‘청렴계약제’(Integrity Pact)를 참여연대와 공동으로 실시키로 했다.

이 제도에 따르면 서약을 위반하고 업체끼리 담합을 하거나 공무원에게 금품 향응을 제공한 업체는 낙찰자 결정취소나 계약해지를 당하고 길게는 2년까지 서울시 입찰참가 자격을 제한받는다. 반면 자체 윤리강령을 제정하고 내부비리 제보자를 보호하는 사규를 제정한 업체는 입찰심사에서 인센티브를 부여받는다.

이러한 과정의 감시평가는 참여연대가 추천하고 서울시장이 위촉한 5명의 ‘청렴계약 옴부즈맨’이 맡는다. 공사입찰 계약체결 계약이행 3단계에 걸쳐 공청회도 열리게 된다.

고건(高建)서울시장은 “청렴계약제는 국제투명성기구(TI)에서 개발, 세계 10여개국에서 실시된 부패방지제도로 참여연대가 5월에 서울시에 제안한 것을 받아들여 시행하게 됐다”며 “올해를 유리알 행정을 완성하는 해로 삼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서울시는 1단계로 2000년 하반기 발주예정인 공사(62건·1178억원)와 용역(9건·99억원)에 이를 적용하고 이 과정에서 미비점을 보완한 뒤 내년 1월부터 자치구와 지방공사까지 확대 시행할 방침이다. 첫 적용사업은 7월14일 발주 예정인 상수도사업본부 산하 중부수도사업소의 배급수관 정비공사(사업비 6억1000만원).

참여연대 박상증(朴相增)공동대표는 “청렴계약제는 90년대 후반부터 외국의 몇 개 도시에서 실시됐지만 서울시 규모의 도시가 시행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앞으로 조달청이나 국방부 등에도 이 제도가 파급돼 맑은 사회가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참여연대 이태호(李泰浩)시민감시국장은 “이 제도가 궁극적으로 실효성을 가지려면 현재 국회에 상정된 반부패기본법이 통과되는 등 법적 뒷받침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첫 청렴계약 옴부즈맨으로는 기우봉(奇宇奉)참여연대 자문위원, 김순태(金焞泰)서울시 시민감사관, 이강헌(李康憲)경기대 건축대학원 교수, 하태권(河泰權)서울산업대 행정학과 교수, 황호찬(黃鎬贊)세종대 경영대학장 등이 위촉됐다.

<서영아기자>sy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