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다金 커넥션 파장]변호사 김지영씨 인터뷰

  • 입력 2000년 5월 3일 19시 36분


“린다 김이 무기중개 과정에서 한국 고위관리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통해 로비를 벌였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또 검찰수사 과정에서도 드러났듯 린다 김이 고위관리들에게 뇌물을 준 적도 전혀 없다.”

무기거래 로비스트 린다 김의 개인변호사 김지영(金知榮·49·미국 로스앤젤레스 거주)씨는 세간의 ‘미인계(美人計)’ 의혹을 이같이 강력 부인했다.

3일 오전 서울 한남동 하얏트호텔 커피숍에서 기자와 단독으로 만난 김변호사는 ‘연서(戀書)’에 대한 세간의 의혹에 대해서도 자세히 털어놓았다. 다음은 1시간 반 가량 나눈 김변호사와의 일문일답.

―먼저 린다 김이 벌인 로비의 내막을 설명해 달라.

“현재 사건이 재판에 계류 중인 상태라 뭐라 말하기 어렵다. 언론보도 내용에 틀린 것이 많지만 ‘뭐는 맞고 뭐는 틀리다’고 시시콜콜 밝히다 보면 린다 김에게 누가 될 수 있고 이미 정리된 검찰수사도 어떤 식으로 다시 전개될지 모른다. 양해해 달라.”

―린다 김과 이양호(李養鎬)전국방장관 등은 어떻게 편지를 주고받게 됐나.

“편지는 백두사업의 무기거래를 중개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주고받은 것이다. 편지는 문제의 본질과 상관없는 그야말로 개인적인 것이라는 사실을 강조해 둔다. 언론에 공개된 편지는 ‘연서’가 아니라 ‘사서(私書)’다. 편지 내용 가운데 어느 구절도 린다 김과 관련된 사람들이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결론을 내릴 만한 구절이 없다. 그런데도 중앙일보측이 마치 ‘부적절한 관계’가 있었으며 이로 인해 린다 김이 거래알선을 성공시킬 수 있었던 것처럼 보도한 것은 명백한 사실의 왜곡이다.”

―내용 중에는 단순한 개인편지로 보기 어려운 대목이 있는데….

“일부 언론에서 편지 내용을 일부만 강조해 공개함으로써 아주 이상한 결론을 유도하도록 한 부분이 많다. 예를 들면 샌타바버라 근처의 레스토랑에서 아침을 들었다는 부분에 대한 설명은 이렇다. 미국은 손님이 와도 집에서 재우지 않는다. 대개 집 근처 호텔에서 재운다. 린다의 집이 당시 샌타바버라에 있었기 때문에 집 근처의 고급 레스토랑에서 아침을 대접한 것이다. 이런 상황을 전혀 설명하지 않고 오직 그 부분만 공개함으로써 마치 린다가 고객과 함께 여행 와서 아침을 먹은 것처럼 해석하도록 만들었다.”

―편지를 보낸 관리들이 린다 김에 대해 상당히 연정(戀情)을 품은 것 같은 구절이 많은데….

“공직자들의 편지 내용은 린다의 개인적 감정과 전혀 상관없는 것이다. 또 린다가 몇몇 사람으로부터만 이런 편지를 받은 게 아니다. 비즈니스를 하다 보면 이런 편지를 많이 받는다는 게 린다의 얘기다. 그러나 린다를 여성으로 보고 접근하는 편지들에 대해 비즈니스를 하는 여자로서 솔직한 심정을 쉽게 밝히기가 어려웠다.”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밝히면 비즈니스가 안되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겠는가. 린다 김은 이런 편지들에 대해 전혀 자신의 감정과 상관없으며 린다 김이 이들에게 보낸 편지 역시 전체 내용은 비즈니스에 관련된 평범한 편지였다는 점을 강조했다.―린다 김이 당시 한 장관에게 보낸 편지에서 ‘죄스러움 느끼면서 기쁘다’고 했는데 이는 무슨 뜻인가.

“본인도 기억이 없다고 하는 구절인데 구체적인 콘텍스트는 모르겠다. 당시 이장관은 종교적으로 고민하는 그런 시기에 있었다고 한다.”

―린다 김과 한국의 고위공직자 사이에 ‘부적절한 관계’가 있었나.

“부적절한 관계가 성관계를 뜻한다면 결단코 없었다.”

―그 동안의 언론보도에 대한 린다 김의 생각은 무엇인가.

“현재 일부 언론의 잘못된 보도태도와 시각에 대한 린다 김의 생각은 개인에 대한 명백한 명예훼손이며 사생활 침해라는 것이다. 일부 언론에서 공인의 사생활이어서 명예훼손이나 사생활침해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전장관 등이 공인이지 린다 김은 공인이 아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 한국의 변호사와 상의해 법적 대응을 검토할 예정이다.”

―린다 김은 지금 어디에 있나.

“사건이 언론에 나간 뒤 서울 근교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다. 어딘지는 밝힐 수 없다. 사건이 잠잠해질 때까지 언론에 나오지 않을 것이다. 사실 린다는 검찰조사를 받으면서 굉장히 지쳤다. 언론보도까지 겹쳐 정신적으로 매우 피폐된 상태다. 특히 사적인 편지 등이 언론에 대서특필되면서 이를 남편과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정말 난감해하고 있다.”

―편지를 고의로 흘렸다는 설도 있던데….

“편지가 어떤 경위로 유출됐는지 나도, 린다도 모른다. 남편이 있고 고교와 대학에 다니는 두 딸을 가진 주부가 그런 편지를 고의로 공개했다는 것은 전혀 말이 안되는 소리다.”

―2년 전 수사 당시 미국으로 건너간 린다 김이 왜 이번에 들어왔나.

“린다 김은 2년 전 2급 군사기밀 취득죄로 수배되자 미국으로 떠났다. 그래서 검찰이 기소중지 조치를 취한 것이다. 그 뒤 국내에 있던 부하직원들이 실형 선고를 받았다. 이런 것들을 정리하고, 또 린다도 한없이 미국에서만 지낼 수 없어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한국에 온 것이다.”

―지금까지 보도된 내용 가운데 틀린 것은 무엇인가.

“린다가 보컬그룹의 멤버였다느니 미군병사와 결혼했다느니 하는 것은 모두 날조다. 한때 연예인이었다는 보도는 린다가 일본으로 출국하기 위해 거짓으로 연예인이라고 직업란에 쓴 것을 보고 잘못 추정한 것 같다. 스탠퍼드대 경영학박사라고 거짓말을 하고 다녔다는데 린다에게 확인했으나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하더라. 린다는 미국 버클리대에서 경영학 공부를 했으나 졸업하지는 않았다.”

―린다 김이 무기중개의 로비스트로 나선 것은 언제부터인가.

“23세 때 유명한 무기상 카쇼기 밑에서 일하면서부터 이 방면에 발을 들여놨다. 로비스트란 말이 한국에선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기는데 무기산업의 경우 로비스트가 없으면 수요자와 공급자의 조건을 맞추기가 어렵다.―이양호씨가 린다 김과의 관계로 인해 잘못된 결정을 내린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장관은 당시 린다에게 가격을 인하해주고 반드시 기술이전을 해달라고 강조했다. 이 부분은 린다가 E시스템사에 요구해 많이 들어준 부분이다. 린다는 E시스템사만을 위해 일한 것이 아니며 잘못된 결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린다 김이 로비과정에서 공직자들에게 돈을 준 적이 있는가.

“단 한 푼도 준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린다 김은 어떤 사람인가.

“군수업계에선 경험 많은 로비스트다. 이런 사람을 마치 미인계를 쓰거나 부적절한 관계를 통해 비즈니스를 이끌어가는 사람처럼 결론을 이끌어간 것은 큰 문제다. 커리어우먼의 업적을 무참히 짓밟는 것이다. 린다 김이 방번호를 알려줬다는 것이 이상한 것을 연상하게 만드는 고리가 되고 있는데 남자가 고객에게 방번호를 알려주면 문제가 되지 않듯이 비즈니스 차원에서 알려준 것이다. 린다 정도면 커피숍이나 식당에서 비즈니스를 할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

98년부터 린다 김의 개인변호사를 맡고 있는 김변호사는 서울대 사대 영어교육과를 졸업한 뒤 73년 신문사에 입사해 4년간 기자생활을 하다 미국으로 건너갔으며 미국에서 버클리대 국제경영학 박사과정과 캘리포니아 주립대 로스쿨을 나왔으며 현재 로스앤젤레스에 법률사무소를 열고 교민들의 비즈니스에 대한 법률자문을 하고 있다.

<하종대·민동룡·김명남기자>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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