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개표드라마]반전…반전…출구조사와 결과 달라

  • 입력 2000년 4월 14일 04시 38분


21세기 첫 4년의 국정을 끌어갈 선량을 뽑은 13일 시민들은 한표의 주권을 행사한 후 TV 앞에 앉아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개표 드라마’를 지켜보느라 밤을 지샜다.

많은 시민들은 투표가 마감된 이날 오후 6시 3개 공중파 방송사가 투표자 출구조사를 토대로 발표한 정당별 의석 수 및 예상 당선자와 실제 개표진행 내용을 대조해가며 흥미진진하게 개표 상황을 주시했다.

특히 전국 244개 개표소에서 투표함이 일제히 열리고 후보자별 득표 상황이 전개되면서 방송사의 출구조사 결과와 실제 개표 결과가 크게 달라지거나 경합지역이 늘어나자 손에 땀을 쥐기도 했다.

이날 서울 강남 등 대도시 아파트 단지는 TV 개표 중계를 지켜보느라 밤늦게까지 불야성을 이뤘고 슈퍼마켓 등에는 맥주 땅콩 아이스크림 등 밤참용 군것질거리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서울역 강남고속버스터미널 등 주요 철도역과 버스터미널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 앞에서도 승객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개표 방송을 지켜봤으며 대학가의 술집과 카페 등에도 학생과 시민들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개표결과를 지켜보며 얘기꽃을 피웠다.

특히 시민들은 서울지역에 출마한 여야의 ‘386세대’ 후보들이 당선이 유력하거나 선전하는 양상으로 개표상황이 전개되고 수도권의 총선연대 낙선대상 후보들이 열세를 보이자 정치권의 ‘바꿔’ 바람이 상당부분 현실화됐다는 평가를 내렸다.

가족들과 함께 집에서 개표 방송을 지켜본 주부 정지선씨(32·서울 강북구 수유동)는 “방송사의 출구조사에서는 민주당이 1당이 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한나라당이 선전하는 등 결과가 뒤바뀌어 흥미 있는 영화를 보는 것처럼 손에 땀을 쥐었다”고 말했다.

벤처기업 대표 김수오씨(35)는 “어느 당이 제1당이 될지보다는 같은 시대를 호흡했던 ‘386세대’가 과연 정치권의 전면에 등장할지에 가장 관심이 많았다”며 “그러나 ‘386’ 출신들도 앞으로 정치활동 과정에서 검증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관기자>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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