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역의 야당후보 K씨는 당초 젊은 유권자를 겨냥한 사이버 선거운동에 큰 기대를 걸었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애써 만든 홈페이지에 접속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데다 유권자들의 E메일 주소도 확보하기 어려웠기 때문.
K후보는 “결국 옛날식으로 인쇄물이나 거리유세 등에 의존하고 있다”고 근황을 소개했다.
CD롬 명함을 개발해 세계 특허를 출원중인 한 업체도 특수를 기대했다가 실망이 크다. 이름 사진 등을 담은 기존 명함과 달리 동영상을 포함해 엄청난 양의 정보를 수록해 인기를 끌리라던 기대와 달리 주문은 6건에 불과했던 것.
사이버 홍보메일을 발송해 주는 한 업체도 전국의 선거사무실에 서비스 제공을 제의했지만 반응은 심드렁했다. 이 회사 대표 심모씨(38)는 “문의 전화만 7, 8차례 왔을 뿐”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반면 서울 충무로 인쇄소 골목에는 전국에서 홍보물 제작 의뢰가 줄을 잇고 있다. 한 인쇄업자는 “선거운동이 본격화하면서 인쇄비가 두 배 가량 올랐고 주문량도 지난 총선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15대 총선때 인기를 끈 멀티비전 탑재 홍보 차량의 대여업체들도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 한 관계자는 “회사 소유 차량 20대 모두 전국에서 선거운동에 뛰고 있다”고 전했다.
인터넷 등을 이용한 첨단 선거운동이 외면당하는 이유는 ‘유권자들의 선거 무관심’ 때문이라는 분석. 인터넷 홍보대행업자 김모씨(38)는 “선진국에선 인터넷 홈페이지가 지구당 사무실 역할을 할 정도로 활용도가 높다”며 “우리 정치가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는 한 전자 민주주의의 정착은 요원하다”고 말했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