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파동/표정]'축산 富農 꿈' 15년 공든탑 와르르…

  • 입력 2000년 4월 3일 19시 22분


“1년만 더 고생하면 평생의 꿈인 한우 100마리를 채울 수 있었는데….”

충남 보령시 주산면 신구리에서 한우 55마리를 길러온 농업후계자 이종복(李宗復·40)씨는 2일 오후 보령시내 충남동물병원에서 출장나온 수의사 전대규(全大圭·41)씨로부터 “10여마리가 구제역에 감염된 것 같다”는 얘기를 듣고 그만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우리 소들이 지난달 말 자주 침을 흘릴 때만 해도 단순히 호흡기 질환인 줄 알았어요. 남의 얘기인 줄 알았던 구제역이 바로 우리 소에도 감염됐다니 도무지 믿기지 않았습니다.”

수의사의 말을 듣고 뜬눈으로 밤을 지샌 이씨는 3일 새벽 다시 축사에 들어갔다. 입안의 수포가 전날보다 더 커지고 아예 일어서지도 못하는 소가 있는 것을 보고는 ‘괴질’이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음을 실감했다.

이씨가 고향인 주산면에서 축산을 시작한 것은 고교를 졸업한 1980년.‘젊은 놈이 농촌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주변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양계로 부농의 꿈을 일구기 시작했다.

처음 2년간 ‘별 재미’를 보지 못했으나 이씨는 이에 굴하지 않고 군복무를 마친 86년 본격적으로 축산에 뛰어들었다. 직접 양계와 양돈 축사를 짓고 하루종일 축사에 붙어 살았다.

93년 농업후계자로 선정된 이씨는 축산자금 1500만원을 지원받아 돼지 대신 한우를 기르기 시작했다. 당시 10마리를 구입해 7년여만에 55마리로 늘렸다.

이씨의 목표는 올해안에 한우를 100마리로 늘리는 것이었다.

“인건비를 아끼려고 처음부터 아내를 축사에 밀어 넣었습니다. 100마리만 채우면 수지가 맞을테니 그때까지만 참자며 먹을 것, 입을 것 다 뒤로 미뤄 놓았는데…. 하늘도 무심하지 이게 무슨 날벼락입니까.”

축사앞 도로를 통제하고 있는 공무원들을 넋없이 바라보고 있던 이씨는 끝내 울분을 터뜨렸다. 그의 노부모와 부인 임승희씨(36), 나이 어린 두 자녀의 눈에도 눈물이 맺혔다.

<보령=이기진지명훈기자>doyoce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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