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풍수사]검찰-野, 수사시기 '약속위반' 공방

  • 입력 2000년 3월 22일 19시 25분


병역비리를 둘러싸고 야당과 검찰이 벌이고 있는 시비의 핵심은 수사 시기의 문제다.

야당은 검찰이 총선 전에는 정치인과 그 아들에 대한 소환을 하지 않겠다고 하고서 말을 바꿨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지금까지 한 번도 그런 방침을 천명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검찰은 이 같은 내용의 보도 자료를 각 언론사에 배포했다.

그동안 청와대와 검찰이 총선이라는 미묘한 시기를 놓고 수사 일정을 고민해 온 것은 사실이다.

신광옥(辛光玉)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2월24일 “총선 전에 수사가 가능하냐”는 질문에 대해 “힘들 것 같다. 그러나 검찰이 관련 자료를 많이 가지고 있으면 빨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합동수사반의 수사 착수 직후인 2월17일 본보 기자에게 “총선 전에는 정치인들에 대한 내사만 진행하고 선거 후 본격적인 수사를 벌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신승남(愼承男)대검 차장은 6일 기자 간담회에서 “총선 전에 정치인 수사에 대한 발표를 하지 않을 수도 있으나 총선전이라도 구속자가 나온다든지 소환 대상자가 나오면 시기에 관계없이 수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 발언은 모두 공식적인 입장 표명이라기보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형식으로 나왔다. 결국 수사 시기와 관련한 검찰의 공식적인 발표는 2월8일 박순용(朴舜用)검찰총장과 2월14일 김정길(金正吉)법무부장관의 발언이 전부다.

당시 박총장은 합수반을 설치하면서 “총선을 의식하지 말고 수사하라”고 지시했고 공보관은 이 말을 언론에 전달했다.

김법무장관도 “정치인이라도 혐의가 드러나면 총선과 관계없이 엄정 처리하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검찰은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이나 그 아들을 소환하느냐 마느냐에 대한 논평은 받아들일 수 있으나 검찰이 말을 바꾸면서까지 선거에 개입한다는 비난은 참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병역비리 수사 일지▼

△1.19〓반부패시민연대, 병역비리 수사촉구

△1.20〓김대통령, 민주당 창당 대회서 병역비리 척결 언급

△1.22〓반부패시민연대, 병역비리 명단 청와대에 전달

△1.24〓대검 중수부, 청와대서 명단 넘겨 받아 검토 착수

2. 8 대검 중수부, 병역비리 합동수사반 재가동 발표

△2.14〓병역비리 합동수사반 수사 착수

△3.16〓합동수사반, 정치인 아들 31명 총선 전 소환방침 발표

△3.20〓합동수사반, 한나라당 이우재의원 아들 22일 소환발표

3.22 임휘윤 서울지검장, 병역비리 발본색원 방침 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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