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민사2부(주심 조무제·趙武濟 대법관)는 16일 98년 만도기계 파업사태를 주도해 회사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이 회사 노조 조직국장 황모씨(33) 상고심에서 이같이 판시, 일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노조가 규찰대 등을 조직해 현장 순찰을 하면서 이탈자를 색출하고 집회 및 노동자 경연대회를 여는 등 조업을 계속하려는 조합원을 강제한 만큼 쟁의의 수단이 정당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노조는 특별한 사정없이 조합원 투표를 하지 않고 조합원 결의대회만으로 파업을 시작, 투표로 과반수 찬성을 얻어 파업하도록 한 법을 위반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민노총은 성명을 내고 “재판부가 파업현장 상황을 제대로 알고 판단했는지 의문이며 회사부도나 체불임금지급 약속위반 등 노동자가 급박하게 대처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불가피하게 조합원 총회 결의만으로 파업을 시작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대전지법은 99년 8월 “노조원의 대다수가 찬성한 이상 투표를 하지 않은 것만으로 절차가 위법하다고 할 수 없고 단체행동도 조합원들에게 파업을 독려하는 차원의 평화적 행위였다”며 6일 동안의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황씨는 98년 5월 6일부터 12일까지 회사의 생산활동을 중단시키고 조합원들을 작업장에서 무단 이탈하게 해 사내 집회를 개최하고 출입차량을 통제하는 등 회사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한편 6일 동안의 업무방해 혐의 이외의 정리해고반대 파업주도 혐의(업무방해)와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는 항소심에서 이미 유죄가 확정됐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