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순자 中 납치극/장낙일씨 전화 인터뷰]

  • 입력 2000년 2월 28일 01시 12분


조명철씨 납치사건과 관련, 송금창구 역할을 맡았던 장낙일씨(32)는 27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자신은 납치사건과 관련된 돈인 줄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장씨는 “범인들과는 한번도 만난 적이 없다”고 말하고, “송금하겠다며 계좌번호를 알려달라고 해 알려줬는데, 범인들이 얼마라고 사전에 알리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거액을 넣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입금된 돈이 너무 거액이어서 이상하게 여긴 나머지 범인들에게 본인 여권을 갖고 오라고 했던 것”이라고 말하고 “이 때문에 범인들이 조명철씨와 함께 그가 머물던 호텔로 갔다가 잡히게 됐다”고 말했다. 장씨는 또 “지난해 재미사업가 홍영태(洪榮泰·48)씨 납치사건과 관련된 송금을 의뢰받고 이상하게 여긴 나머지 중국 공안과 주중대사관에 연락, 납치범들을 검거하도록 도운 적도 있다”고 말했다.

장씨는 조씨 납치사건이 적발된 후 베이징(北京)을 떠나 지금 랴오닝(遼寧)성의 모처에 은신하고 있다.

그는 “한국으로 돌아가 송금을 의뢰받게 된 경위를 털어놓을 수 없느냐”는 질문에 “이미 외환관리법 위반으로 지명수배를 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당분간 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일련의 납치사건에 자신이 연루된 데 대해 “중국 현지에서 교민들을 위한 잡지나 저널 등에 송금서비스 광고가 게재되며 수수료가 비싼 은행 대신 환전상에게 전화로 송금을 의뢰하는 사례가 많다”며 범행의 관련성을 전면 부인했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 lz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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