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로비 특검수사]검찰, 정일순씨 영장기각에 착잡

  • 입력 1999년 11월 16일 19시 14분


최병모(崔炳模)특별검사가 검찰의 과거 수사를 뒤엎는 내용을 중심으로 신청한 정일순(鄭日順)라스포사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은 됐지만 당시 수사에 참여한 검사는 물론 일선 검사들은 당혹스러워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수사 책임자였던 김규섭(金圭燮·당시 서울지검 3차장)대검 공판송무부장은 “검찰은 숨기거나 뺀 것이 없으며 단지 정일순과 이형자(李馨子)씨 중 누구 말을 믿느냐는 판단의 문제”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또 “특검이 수사한 내용은 검찰도 수사한 것으로서 이씨가 지난해 12월18일 옷값 대납요구를 거절했는데 이후 또 1억원을 요구할 이유가 없다는 정씨의 말을 신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다른 수사검사는 “이해관계가 다 바뀐 상황에서 관계자들이 새롭게 입을 맞추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며 “검찰이 처음부터 잘못했다고 말하면 안된다”고 거부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일선 검사들은 “다른 관련자까지 결과가 바뀌면 검찰이 또 위기에 몰리는 것 아니냐”며 촉각을 곤두세웠다.

검사들은 올 1월 항명파동으로 파란을 겪었던 검찰이 연말을 맞아 또다시 내우외환의 위기를 맞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이 팽배하다.

특히 소장검사들은 평민당 김대중(金大中)총재의 북한 공작금 1만달러 수수 및 불고지 사건 재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잘못하면 후배가 선배를 조사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특검 수사까지 불거져 나와 결말이 어떻게 나든 검찰조직의 신뢰성이 심대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부장검사는 “중요한 사건의 마지막에는 꼭 검찰의 잘못이 드러나 사방 곳곳이 지뢰밭이라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신석호·정위용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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