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공무원과 대화」]『공무원은 개혁 파트너』

  • 입력 1999년 6월 28일 23시 32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28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중앙부처 과장급 공무원 2400여명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이날 행사는 ‘고급옷 로비의혹사건’‘손숙(孫淑)전환경부장관 격려금파문’ 등 일련의 불미스러운 일과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쉴 새 없이 몰아닥친 구조조정 한파로 홍역을 치른 공직사회에 대해 한편으로는 분발을 촉구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위로를 하는 자리였다.

김대통령이 모두강연에서 공무원은 국정개혁의 대상이 아니라, 파트너라는 점을 강조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도 술렁이는 공직사회 분위기를 다독거리기 위한 것이었다.

김대통령은 특히 “여러분이 IMF로 많은 고통을 당했는데도 불구하고 일부 공무원의 비리 때문에 매도당하는 것을 생각하면 내가 여러분을 잘 감싸지 못한 부덕의 소치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강연이 끝난 뒤 김대통령은 8명의 공무원들로부터 질문을 받고 공직사회에 대한 자신의 입장과 생각을 밝혔다.

첫 질문은 “여러 사건으로 공무원 전체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퍼져 가슴아픈데 국정개혁을 위해 공무원들에게 던져줄 메시지는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이에 김대통령은 “가슴은 아프지만 청렴도가 국민기대에 못미치는 것은 사실”이라며 “국민이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는 그것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답변했다.

김대통령은 또 최근 확정된 이른바 ‘공직기강 10계명’ 중 경조사 관련조항이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사정을 이해하지만 미풍양속이 사회병폐로 변질됐기 때문에 개혁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참아내야 할 고통”이라고 설득했다. 김대통령은 “‘마치 계가 깨지는 심정’이라는 어느 공무원의 말을 이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대통령은 IMF사태로 봉급이 많이 삭감돼 월 100만원을 못받는 공무원도 많다는 하소연에 대해서는 “정부도 결심을 하고 있다”며 “5년 내에 적어도 중견기업 수준이 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예정에 없던 질문도 나왔다.청와대 근무경력이 있는 한 공무원이 “이런 자리에서는 각하라는 호칭을 썼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김대통령은 “그렇게 부르고 싶으면 집에서 혼자 조용히 부르라”고 조크, 좌중에 폭소를 자아냈다.

김대통령은 예정보다 30여분을 초과한 이날 행사를 마감하면서 “남들이 쇠고기국을 먹을 때 우거지국을 먹더라도 열심히 바르게 살았다면 성공한 사람이다. 공직자로서 결코 실패한 나라를 자손들에게 물려주지 말자”고 당부했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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