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자리스트」 공방]이신범의원 발언 파문

  • 입력 1999년 6월 20일 20시 13분


《▽이신범의원 18일 국회 본회의 발언 내용〓여러분 중에는 시중에 돌아다니는 ‘이형자리스트’라는 것을 보신 분이 있을 것입니다.여기에는 미대 출신으로 보석과 골동품에 일가견이 있는 최순영씨 부인 이형자씨가 심지어 대통령 부인과 총리 부인에게까지 1억원대의 고미술품과 고가옷을 선물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이런데도 진상 규명을 게을리한다면 정부는 더욱 심한 비난과 의혹을 자초하게 될 것입니다.이제라도 특검제를 전면 수용하고 국정조사를 즉각 시작하도록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18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형자 리스트’에 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한 한나라당 이신범(李信範)의원은 20일 “‘이형자 리스트’의 전후관계에 대해 내가 들은 얘기는 많지만 일일이 밝히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이의원은 “정부가 ‘고급옷 로비 의혹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을 소홀히 해 국민의 불신을 사게 되니까 ‘신(新)북풍설’도 나오는 것”이라며 “정권이 한번 불신을 받게 되면 아무리 강권 통치를 해도 불신을 해소할 수 없으므로 우선 ‘옷사건’부터 규명하자는 것이 발언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본회의 발언 전 이부영(李富榮)원내총무에게 ‘이형자 리스트’ 관련내용을 보고했으며 이총무도 이회창(李會昌)총재에게 보고한 것으로 안다”고 말해 개인 차원의 의견이 아니었음을 시사했다.

이의원의 국회 본회의 발언을 신호탄으로 한나라당은 19일과 20일 연일 대변인단 성명을 통해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등 ‘이형자 리스트’ 공세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이번주 초부터는 주요당직자회의 등을 열어 ‘화력’을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한나라당이 ‘이형자 리스트’를 다시 들고 나선 것은 서해교전사태의 충격파로 꺼져가던 ‘옷사건’의 불씨를 되살리고 이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권 발동의 정당성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아직 ‘확증’이 없다는 게 한나라당측의 고민. 이의원 자신도 “아직 확실한 것은 없는 상태”라고 말한다. 당의 한 관계자는 “라스포사 정일순(鄭日順)사장이 김태정(金泰政)전검찰총장에게 쓴 편지를 한 언론사가 입수했다는 얘기를 듣고 우리 당도 나섰으나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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