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大출신 심야 긴급회동…검-경 갈등 대책 논의

  • 입력 1999년 5월 22일 08시 57분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둘러싼 검찰과 경찰의 갈등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경찰대 출신 현직 경찰간부들이 전격적으로 기수별 모임을 가져 귀추가 주목된다.

경찰대 출신 1∼15기 기수 대표 15명은 21일 밤 9시반부터 12시경까지 서울시내 모음식점에서 모임을 갖고 최근 일선 파출소 등에 대한 검찰의 감찰강화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이날 모임은 미리 선정돼 있는 기수별 대표 중 일부가 제안해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이날 모임에서 기수대표들은 “검찰이 최근 이례적으로 일선 파출소와 공항경찰대 등에 대한 감찰을 강화한 것은 경찰의 수사권 독립문제와 관련, ‘경찰 흠집내기’ 차원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의견을 모았다.

또 기수대표 중 일부는 이미 경찰이 대대적인 수사를 벌여 청와대의 칭찬까지 받은 아파트 관리비리 수사에 대해 검찰이 재수사를 벌인 것은 ‘경찰 길들이기’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수 대표들은 그러나 박희원(朴喜元)전경찰청정보국장의 수뢰사건은 명백한 비리사건인 만큼 경찰의 자정 및 자체 개혁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표들은 경찰 간부들의 집단적인 움직임은 수사권 독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성명서 발표 등 집단 행동은 자제하되 다음주 중 지역별로 소모임을 갖고 의견을 수렴키로 했다. 한 기수대표는 “경찰이 수사권 독립을 제기한 이후 경찰을 대하는 일련의 검찰태도와 관련, 경찰들의 불만이 팽배해 있다”며 “검찰은 ‘경찰 흠집내기’보다는 더욱 성숙한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대 총동문회는 수사권 독립 문제가 공론화되자 9일 동문 총회를 갖고 수사권독립을 촉구하는 의견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검경 갈등을 우려하는 경찰 수뇌부의 지시에 따라 총회를 무기한 연기했다.

경찰대 졸업생들은 85년부터 배출되기 시작, 올해 15기가 일선 경찰서 등에 배치됐으며 현재 경찰대 출신 간부는 1천6백19명으로 전체 경위급 이상 간부의 13.7%다.

〈하종대·윤상호기자〉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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