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선대인/장애인에 대한 고정관념

  • 입력 1999년 1월 27일 19시 07분


27일 오후 한 독자가 전화를 걸어왔다.

25일자 본보 사회면에 소개된 ‘네 손가락 소녀 피아니스트’ 희아의 사연에 관한 전화였다.

이미 이 기사와 관련해 많은 독자들이 격려와 문의전화를 해준터라 당연히 격려전화일 것으로 생각했으나 그게 아니었다. 오히려 기자를 매우 질타하는 내용이었고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도록 뼈아픈 지적이었다.

“왜 장애아와 대비되는 말이 정상아죠. 그럼 희아는 비정상이란 말인가요.”

그 질문은 기자 역시 장애인이 비정상인이라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지는 않았는지를 자문케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장애인도 더불어 살아야 할 이웃’이라는 뜻을 전하고 싶었던 기자의 의도와는 별개의 문제이기도 했다.

한 사회학 교수는 “우리가 무심코 쓰는 단어 하나에도 사회의 고정관념과 무의식적인 ‘권력관계’가 배어있다”며 ‘장애인〓비정상인’이라는 인식도 장애인에 대한 우리의 심한 편견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목에서 희아 어머니가 전해주는 얘기는 곱씹어볼 만하다. 일곱살 무렵 어머니를 따라 병원에 간 희아는 한 무리의 아이들에게 빙 둘러싸였다.

“너는 왜 손가락이 두개씩밖에 없고 다리도 없니?”

“난 몸이 불편해. 하지만 너희들이 도와주면 나도 잘 놀 수 있어. 우리 친구로 지내자.”

희아와 아이들은 10분도 채 안돼 함께 뛰놀곤 했다는 것.

장애인은 ‘몸이 불편한 사람’일 뿐이지 ‘비정상인’은 아니다. 주위에서 도와주면 충분히 사회생활을 해나갈 수 있는 사람들이다.

장애인들을 위해 경사로와 승강기를 마련하는 등 ‘물리적 장벽’을 낮추는 것 못지 않게 우리의 ‘의식의 장벽’을 허무는 게 시급하지 않을까.

선대인<사회부>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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