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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11월 1일 20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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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위원장이 정회장 숙소로 직접 찾아오겠다는 뜻밖의 연락이었다. 10시15분경 초대소안 면담장에 정명예회장을 비롯해 정몽헌(鄭夢憲)회장 김영주(金永柱)회장 정희영(鄭熙永)여사가 들어섰다.
김위원장은 김용순(金容淳)조선아세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과 송호경 부위원장을 대동했다.
김위원장은 “오시느라 수고가 많으셨다”며 정회장 일행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지방에서 올라오는 길에 명예회장 선생께서 연로하시고 거동이 불편하셔서 직접 왔습니다.”
김위원장과 정명예회장은 서로를 ‘명예회장 선생’과 ‘장군’이라고 불렀다.
건강 이상설과는 달리 김위원장의 목소리는 놀랄만큼 우렁찼다고 한다.
면담이 끝난 뒤 파도가 몰아치는 총석정을 그린 그림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을 때 가벼운 실랑이가 벌어졌다.
김위원장이 “나이 드신 분이 중간에 서셔야 합니다”고 고집해 몇차례 사양과 권유가 오간 끝에 결국 정회장을 가운데 두고 촬영이 이뤄졌다.
11시10분경. 김위원장은 일어서면서 “언제 또 오실겁니까. 길을 터놨으니 자주 오십시오”라고 작별의 말을 건넸다.
정회장은 “석유를 주시면 언제든지 오겠습니다.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합니다”고 답했다.
정회장은 귀환후 기자회견에서 “김위원장이 나를 어른으로 잘 대접해줘 무척 고마웠다”고 평했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