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작업 로비-반발로 「흔들」…이익단체 정치권압력

  • 입력 1998년 10월 18일 19시 03분


김대중(金大中)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중인 규제개혁 작업이 각종 이익단체나 관련 업체 등의 로비와 조직적인 반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일부 이익단체들은 벌써부터 정치권 로비에 적극적으로 나서 올 정기국회 법안심사 과정에서 규제관련 일부 법안이 변질될 우려마저 낳고 있다.

먼저 의사 약사 영양사 안경사 등 전문자격사들은 독점적 지위를 누려온 자신들의 업권(業權)과 관련된 진입규제 개혁문제가 논의되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규제개혁위는 8월 1백18개 사업자단체의 개혁에 나섰다가 일부 단체의 반발을 산데 이어 전문자격사 회원들마저 반발하자 일단 작업을 주춤하고 있다.

규제개혁위는 전문자격사 진입규제 개혁문제를 사업자단체 개혁과 분리, 내년 상반기로 넘기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규제개혁위 관계자들은 내년으로 넘어갈 경우 2000년 4월의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 의해 개혁 자체가 물건너 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규제개혁위가 16일 전체회의에서 세무사회 공인회계사회 등에 대한 회원 가입의무를 한때 인정해주기로 했다가 뒤늦게 가입의무 폐지원칙을 관철시킨 것도 단체들의 거센 반발 때문이었다.

또 외국인 직접투자의 확대를 위해 시급히 개선돼야 할 수도권내의 공장입지 제한 등 관련 규제도 지방자치단체와 관련 부처의 반대로 연내 정비가 불투명한 상태다.

규제개혁위는 당초 올 정기국회에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안을 내도록 할 방침이었으나 충남 전북 등 지방자치단체와 건설교통부가 지방공단 침체 등을 이유로 반발, 당정협의를 거쳐 추진키로 일정을 늦췄다.

인허가권 단속권 등 기득권을 내놓지 않으려는 각 부처 공무원들의 내부압력도 만만치 않다.

이들 공무원은 “규제를 풀어 부작용이 있으면 어떻게 할 것이냐”며 ‘책임론’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으며 최근 열린 관계장관회의에서 한 장관은 “책임만 면제해주면 당장에 80%라도 풀겠다”며 은근히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규제개혁 작업이 가속화하면서 주로 민간인 규제개혁위원들에게 정체불명의 협박성 전화가 자주 걸려오고 있다. 모교수는 “최근 밤 11시쯤 ‘당신이 규제에 관해 알기나 하면서 설치느냐’며 폭언을 퍼붓는 전화를 몇차례나 받았다”고 하소연했다.

일부 규제개혁위원들은 “정치적으로 예민한 일부 사안은 규제개혁위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정부차원의 결단이 내려져야 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최영훈기자〉c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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