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안된 대전청사]통신인프라 안갖춰 민원인만 「골탕」

  • 입력 1998년 8월 18일 18시 56분


서울 소재 한 중소기업체 사장은 17일 오후 전화통을 던져버리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났다.

7월에 대전으로 이전한 중소기업청과 긴급히 자금지원을 논의하기 위해 전화통화를 하려고 수없이 번호를 눌렀지만 수화기에서는 불통을 알리는 소리만 계속 울렸다.

이날 중기청 한 사무관은 서울에 시외전화를 여러 차례 시도했으나 ‘통화폭주로 지금은 통화할 수 없습니다’는 메시지만 들었다.

서울의 한 시민은 상표출원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대전 특허청에 전화를 했지만 “검색을 할 수 없다”는 대답만 들어야 했다. 컴퓨터가 일시적으로 다운됐으니 내일 다시 연락을 달라는 통보였다.

지난달 말 입주를 시작한 대전 정부청사가 통신인프라 준비소홀로 3주일째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대전으로 옮겨간 중기청 특허청 통계청 관세청 등은 업무의 90% 이상이 서울에 집중돼 있다. 업무협조를 받아야할 부처나 민원인들이 대부분 서울에 있기 때문에 그만큼 통신인프라가 중요하다.

서울 역삼동 특허정보검색센터. 특허청이 서울에 남겨둔 이 곳을 찾는 시민들은 가끔 온라인 특허정보를 검색할 수 없다고 불평이다.

특허청 다른 관계자는 “청사내에서 구내 전화번호를 돌리면 전혀 다른 사람과 연결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고 말했다.

각 청이 필요한 전화회선을 적게 신청해 신청한 전화회선이 통화중이면 다른 사람은 아예 통화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기청 등은 18일 긴급히 행정자치부를 통해 한국통신에 회선 증설을 요청하는 법석을 떨었다.

산업자원부는 중기청과 주로 전자메일을 통해 업무협의를 하는데 전자메일이 안돼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대전청사 통신실 관계자는 “현재 전자사서함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며 “각 부처별로 신청이 완료돼 조만간 가동에 들어간다”고 밝혔다.산업자원부 관계자는 “충분한 사전 준비 없이 청사를 이전하는 바람에 통신인프라가 완비될 때까지 민원인과 관계부처가 입는 손실이 클 것같다”고 말했다.

〈박현진기자·대전〓성하운기자〉 witnes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