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파업 유보] 「급한 불」껐지만 「불씨」남아

  • 입력 1998년 7월 23일 19시 45분


민주노총이 일단 총파업을 유보하기로 함으로써 파국을 향해 치닫던 노정갈등이 타결 실마리를 찾은 것으로 보인다.

김원기(金元基)노사정위원장과 한국노총 민주노총 등 양 노총 위원장은 22일 오후8시 긴급 회동, 철야 마라톤협상을 벌였다.

우선 민주노총이 총파업 유보 등 협상분위기로 돌아선 것은 불법파업에 대한 정부의지가 확고해 자칫 조직 자체가 와해될 우려가 있는데다 파업열기가 뜨겁지 않아 총파업 위력에 자신감이 없었던 점도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협상에서 노정은 10개 쟁점사안중 8개는 잠정합의했으나 현대자동차 정리해고와 금융 공공부문 구조조정 문제는 의견차가 커 계속 논의키로 하고 코앞에 닥친 총파업은 일단 뒤로 미루는데 성공했다.

공공부문 구조조정과 현대자동차 정리해고 문제에 대해 정부측은 기본적으로 노사정위 안에서 논의하자는 입장인 반면 노동계는 일단 중지부터 하라고 요구,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즉 노동계는 정부의 일방적 구조조정에 일단 제동을 건 뒤 문제를 해결하려는 전략인데 반해 정부는 이 두가지는 절대 양보하지 않을 태세다.

부당노동행위는 정부가 월별로 단속실적을 발표하고 삼미특수강의 고용승계문제는 재판결과에 관계없이 본인이 원할 경우 인수사인 포철계열사 창원특수강에 취업시키기로 합의했는데 정부와 포철간에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잠정합의안 중에도 표현이 애매하거나 월권의 소지를 안고있는 내용이 있어 양 노총이 노사정위에 복귀하더라도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

노사정위 특별법은 노사정위원장이 제정을 추진하고 양 노총 위원장이 협력한다고만 되어 있어 법제정이 지지부진할 경우 충돌 가능성도 있다. 또 퇴출은행 근로자의 고용승계는 노사협의로 고용대상자를 선정하되 상급단체, 즉 양 노총이 개입할 수도 있도록 해 인수은행의 반발이 예상된다.

노동계가 총파업을 무기로 벼랑끝 전략을 쓸 때마다 정부가 끌려다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불법파업 주동자는 법치 차원에서 엄단하겠다고 해놓고 주고받기 협상으로 유야무야할 경우 불법행위 처벌에 대한 나쁜 선례를 남긴다는 비판도 있다.

총파업 위기는 일단 넘긴 것처럼 보이지만 노동계가 노사정위에 복귀하더라도 사안별로 대립이 있을 때마다 또다시 뛰쳐나가는 일이 예상되기 때문에 노사정위 운영의 험로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인철기자〉inchul@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