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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6월 16일 19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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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는 오래전부터 과일을 파는 장애 청년이 한 사람 있다. 뇌성과 지체 장애가 좀 있는듯 신체와 언어가 자연스럽지 못하다. 사람들의 값싼 동정이 아니더라도 그 청년은 이제 반갑다는 인사를 나누며 과일을 사가는 단골들을 제법 확보했다.
그날도 그 청년은 부자연스런 목소리로 ‘과일 한바구니에 3천원’을 외치고 있었다. 그때 고등학교 2학년 정도의 불량스러워 보이는 학생들이 그 외침을 비아냥거리며 지나갔다. 순간 그 장애 청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 학생들을 쫓아가 무어라 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대신 과일을 한봉지 사면서 그 청년의 마음을 위로하려 했다. 그러나 청년의 얼굴을 바라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발이 얼어붙어 손수레 앞으로 다가설 수 없었다. 일그러진 성난 청년에게 다가가 ‘과일 한바구니 주세요’라고 말할 용기가 없었다. 그 자리를 뒤로 하고 사무실로 돌아오면서 정말 부끄러웠다. 그때 깨달았다. 청년에게 가끔 과일을 사왔던 내가 값싼 동정심을 발휘했었다는 것을.
정경내(부산 부산진구 연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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