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2억 증권맨, 졸지에 실직…초특급대우도 물거품

  • 입력 1997년 12월 28일 19시 58분


연봉 2억원대의 「잘 나가는」 증권맨이 「국제통화기금(IMF)한파」에 밀려 하루아침에 「실업자」로 전락했다. 서울 도심 한복판인 세종로의 외국증권사에 근무하는 A씨(32). 최근 그의 근무처인 서울지점이 문을 닫게 되면서 실직하게 됐다. 회사 내부 사정도 있지만 최근 한국의 경제난국도 한 몫을 한 셈. 90년대초 국내증권사에서 주식중개업무를 하던 그는 업무능력을 인정받아 외국증권사에 스카우트돼 홍콩지점에서 2년남짓 근무한 다채로운 경력의 소유자. 지난해에는 2억6천만원의 수입을 올렸다. 그러나 이제 그에게는 연봉과 보너스는 물론 회사에서 제공받았던 다양한 혜택도 모두 물거품이 됐다. 잘 나가던 시절 회사는 그에게 한강변이 내려다 보이는 44평 아파트를 제공했다. 특급호텔 헬스클럽 회원권은 물론 고객의 접대와 교제를 위해 고급골프장 회원권도 만들어주었다. 『요즘 증권시장이 꽁꽁 얼어붙어 다른 증권사에 취직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고…. 우선은 경제상황의 변화를 지켜볼 생각입니다』 그는 낙관적 전망도 함께 펼쳤다. 『외국 경제전문가들이 한국은 온 국민의 잘 살겠다는 의지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높은 만큼 새로운 변신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저도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그는 『위기(危機)라는 말 속에는 위험(危險)과 함께 기회(機會)란 뜻이 포함돼 있다』며 『이번 「실직」을 힘찬 재도약의 기회로 삼겠다』고 다짐했다. 〈김경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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