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공사 수뢰비리]「뇌물통장」,실명제시대 새수법

  • 입력 1997년 12월 11일 19시 59분


「뇌물통장」이 새로운 뇌물 전달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는 검찰이 11일 발표한 한국도로공사와 고속도로관리공단의 금품수수비리 수사에서도 뇌물통장이 두 개나 적발됨으로써 확인됐다. 도로공사 이응진(李應進·구속)건설본부장과 고속도로관리공단 신옥수(申玉洙·수배)씨가 각각 뇌물통장으로 업체로부터 3천만원과 1억원을 받은 것. 뇌물통장이 뇌물 전달수단으로 애용되는 이유는 수표와 달리 금융실명제 실시 이후 위험부담이 크게 높아진 수사기관의 철저한 자금추적을 회피하는데 용이하기 때문이다. 자금추적이 거의 불가능한 현금도 그동안 뇌물 전달수단으로 많이 애용돼왔지만 고액전달용으로는 부피가 커 받는 사람이 부담스러울 뿐만 아니라 「품위」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뇌물통장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검찰의 분석이다. 뇌물통장 수법은 제삼자 명의로 통장을 개설해 로비대상 공무원에게 건네준 뒤 나중에 그 계좌에 돈을 입금하거나 거액을 입금한 통장을 넘겨주는 것. 실명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돈을 찾을 때는 찾는 사람의 신분을 확인하지 않기 때문에 통장을 넘겨받은 공무원은 비밀번호만 대면 마음대로 돈을 찾아쓸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서울지검 특수2부 김경수(金敬洙)검사는 『뇌물통장은 뇌물을 준 사람의 협조 없이는 계좌추적이 어렵다』며 『이번 수사에서는 다행히 운이 좋아 적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공종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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