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나리양(8)은 유괴된지 14일째인 12일 낮 12시45분경 서울 동작구 사당동 이모씨의 집 지하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날 임신 8개월인 범인 전현주(全賢珠·28·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씨의 남편 최모씨(33)가 빌려 쓰고 있는 극단 사무실 지하 1층 계단 아래에서 자주색 등산가방에 들어 있는 나리양의 시체를 찾아냈다.
발견 당시 나리양은 손과 발이 청색 테이프로 묶인 상태였고 입에도 테이프가 붙여졌던 흔적이 있었으며 목에는 빨간 손자국이 있었다.
경찰 감식반은 나리양의 혀가 입밖으로 돌출해 있고 목주위에 상흔이 있으나 별다른 외상이 없는 점으로 미루어 나리양이 목졸려 사망한 것으로 보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부검을 의뢰했다.
경찰은 이에 앞서 이날 오전 9시10분경 나리양을 유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전씨를 붙잡아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
전씨는 경찰에서 『공범들이 지난달 30일 오후1시까지 범행 현장 부근인 서울 서초구 잠원동 반원초등학교 앞에서 기다리라고 해 나가보니 공범 한 명이 나리양을 데리고 왔으며 공범들과 함께 나리양을 남편의 극단 사무실로 데려갔다』고 주장했다.
전씨는 『지난달 31일 오전2시 나리양과 헤어졌기 때문에 공범들이 언제 나리양을 살해했는지 모른다』며 『공범들은 남편 사무실을 매도하는 과정에서 알게 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전씨가 신용카드 연체대금이 1천여만원에 달해 살고 있던 집을 차압당하기도 했으며 카드빚을 친정에서 대신 변제해준 점을 중시, 빚에 쪼들리던 전씨가 돈 때문에 나리양을 유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전씨가 말한 공범 남자 3명과 여자 2명의 신원을 확보, 이들을 쫓고 있다.
경찰은 전씨의 아버지(55)가 11일 오후 수사본부로 『박나리양 유괴사건의 범인이 우리딸인 것 같다』고 알려와 12일 오전 서울 신림동의 한 여관에서 은신중이던 전씨를 검거했다.
〈이현두·금동근·이명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