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할머니 4일 50년만의 귀국…건강진단후 고향찾기

  • 입력 1997년 8월 4일 20시 34분


4일 오전 7시반 베트남항공편으로 김포공항에 도착, 50여년만에 태어난 땅에 돌아온 훈할머니는 고향 산천을 다시 보고 혈연도 찾을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북받치는 감격을 감내하지 못했다. 렉 시나(27) 등 손녀 3명의 부축을 받으며 김포공항 입국장에 들어선 훈할머니는 고국방문 소감을 묻는 질문에 프놈펜에서 함께 온 金裕美(김유미·15)양의 통역을 통해 『얼마나 그리웠는지 모릅니다. 너무나 기쁩니다』라며 울음을 터뜨렸다. 흰색 고무신에 흰 저고리를 차려입은 훈할머니는 「내 이름은 나미입니다. 혈육과 고향을 찾아 주세요」라고 비뚤지만 정성스럽게 한글로 쓴 분홍색 8절지를 꺼내 들고 『나를 불쌍히 여겨 가족을 찾아주세요』라고 호소했다. 훈할머니는 고향에 대한 기억을 묻는 물음에 『바다 산 강이 떠오른다』고 대답한 뒤 멈춰 선채 민요 「아리랑」을 정확한 발음과 음정에 맞춰 불러 같은 비행기로 입국한 국내 여행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부끄러운 듯 고개 숙이며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한 훈할머니는 긴 여행과 고국을 찾았다는 흥분에 지친 탓인지 갑자기 바닥에 주저 앉아 외손녀들이 미리 준비한 휠체어로 옮겨졌다. 훈할머니는 「나눔의 집」(원장 慧眞·혜진 스님)회원 10여명이 주는 꽃다발을 받아들고 대기하고 있던 인천 길병원 구급차에 탄채 인천으로 향했다. 훈할머니는 병원에서 건강진단을 받은 후 고향찾기에 나설 예정이다. 〈이명건기자·인천〓박희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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