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다」.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의 李石(이석)씨 상해치사사건 이후 그동안 침묵을 지키던 일반학생들과 운동권 선배들이 한총련의 개혁과 자성을 촉구하는 학생토론회를 잇달아 열어 새로운 학생운동의 방향을 모색하고 나섰다.
이화여대총학생회는 11일 오후 교내 학생회관에서 「학생운동토론회」를 갖고 최근의 학생운동에 대한 비판과 바람직한 변신방향 등을 논의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학생들은 『80년대 권위주의정권을 무너뜨리고 민주화를 이뤄내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학생운동이 점차 순수성을 잃어버려 대다수 국민과 학생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며 『냉철한 자기반성과 내부 개혁없이는 학생운동의 존재 의미마저 상실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자리에는 지난 85년 서울 미문화원 점거농성을 주도했던 함운경(함운경·32·당시 삼민투위원장)씨가 참석,『현재의 학생운동은 대중동원 가두폭력투쟁 등 단선적인 투쟁을 능사로 삼아 고장난 레코드처럼 잘못을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한총련의 과오인정과 학생운동 전반의 자성을 촉구했다.
서울대총학생회는 13일 오후 과거 학생운동의 주역이었던 선배들을 초청, 교내에서 한총련 사태와 학생운동 진로에 관한 「학생운동 대토론회」를 갖는다.이날 토론회에는 함씨와 함께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1기의장 출신인 李仁榮(이인영·33·전국연합 정책실장) 서울대총학생회 사무국장 출신 李泰鎬(이태호·30·참여연대 기획부장) 전대협 4기의장 任鍾晳(임종석·32) 5기의장 太載畯(태재준·29)씨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전북지역총학생회연합(전북총련)의장 車泰正(차태정·28·군산대4년)씨는 11일 전북대 학생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총련의 폭력시위로 이석씨가 사망한데 대해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며 한총련지도부는 경찰에 자진출석하고 총사퇴할 것을 축구했다.
전북총련은 반성의 차원에서 3개월동안 고아원과 양로원 농촌일손돕기 등 사회봉사활동을 벌이기로 했다.
부산대총학생회는 지난 10일 「한총련 개혁과 공동체 자치대학 건설을 향하여」라는 성명서를 통해 『한총련은 근본적인 개혁을 통해 다시금 국민과 학우 앞에 새롭게 복원돼야 한다』고 말했다.
동아대 21세기 진보학생연합은 한총련의 행위를 비판하는 대자보를 내붙였으며 한국해양대 총학생회장 염창현씨(22·해양공학4년)와 부회장 정현수씨(26·법학4년)는 지난 9일부터 이 대학 도서관에서 「이석씨 죽음을 애도하는 단식」을 벌이고 있다.
〈신치영·부산·전주〓김광오·석동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