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수씨「6백억진술」이후]검찰『대선자금 막아라』비상

  • 입력 1997년 5월 9일 19시 46분


鄭泰守(정태수)한보그룹 총회장이 金泳三(김영삼)대통령에게 지난 92년 대선 당시 6백억원 이상을 제공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사실이 지난 8일 본보에 단독 보도된 뒤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자 검찰수뇌부는 김대통령의 대선자금 문제를 온몸으로 막고 나섰다. 정총회장이 김대통령에게 대선자금을 제공한 사실을 일부 언론이 다시 보도한 9일 검찰수뇌부의 분위기는 비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대통령 대선자금의 「뇌관」인 한보의 대선자금 제공문제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자칫 김대통령의 하야로 이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될지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이었다. 검찰관계자는 『검찰수뇌부는 마치 「옥쇄」의 심정으로 김대통령의 대선자금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金起秀(김기수)검찰총장이 이날 대검찰청 공보관을 통해 공식문서로 『정총회장이 1,2차 검찰조사에서 대선자금에 대해 진술한 적도, 진술을 받은 적도 없다』고 부인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沈在淪(심재륜)대검 중수부장도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를 자청, 한보의 대선자금제공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대선자금과 관련해 정총회장과 다른 한보관계자의 진술이 없었다』면서 『진술조서에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그같은 말을 한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전날 오전 『나는 1차 수사 당시 중수부장이 아니어서 잘 모르겠다. (1차 수사팀에서) 전해들은 바도 없다』고 해명한 것과 다른 모습이었다. 검찰수뇌부는 앞으로 「대선자금은 정치권에서 해결해야 할 사안으로 검찰의 수사대상이 아니다」는 기존입장을 고수하면서 대선자금을 수사해야 한다는 검찰내부의 의견을 무마하는데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동안 대선자금 수사에 비교적 유연한 입장을 보였던 대검중수부 수사팀이 어떤 입장을 보일지 주목된다. 수사팀은 김대통령의 대선자금을 전면 수사할 수는 없지만 한보사건이나 金賢哲(김현철)씨 비리사건 수사과정에서 튀어나온 대선자금과 잉여금에 대해서는 수사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었다. 심중수부장은 이날 「대선자금에 대한 입장이 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차근차근 합시다』고 말해 앞으로 상황진전에 따라서는 대선자금 수사를 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검찰수뇌부가 애써 대선자금 수사를 외면한다고 해서 한번 트인 물꼬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한보사건이 아닌 다른 곳에서도 얼마든지 대선자금의 꼬리가 잡힐 수 있기 때문이다. 〈양기대·하종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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