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기 기자] 피격된 이한영씨에 대한 보호책임은 누구에게 있나.
이 문제를 둘러싸고 국가안전기획부와 경찰간에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신경전의 발단은 일부 언론이 『경찰이 특별보호 대상자인 이한영씨를 테러경계령이 내려졌는데도 보호를 외면, 결국 이씨가 변을 당했다』고 보도하면서부터.
이에대해 경찰은 즉각 『경찰이 보호해야하는 특별관리 귀순자는 78명인데 이중 이씨는 포함돼 있지 않다』며 경찰의 책임을 부인하고 나섰다.
경찰은 또 『그렇다면 이씨처럼 테러대상이 될만한 사람도 드문데 왜 그를 특별보호대상으로 선정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에 대해 『귀순자의 관리는 일차적으로 안기부의 업무소관이고 특정귀순자가 정착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판단이 되면 경찰에 보호책임을 인계한다』고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나섰다.
경찰은 특별관리대상자를 1년정도 관찰하다가 남한생활에 적응하기 시작하면 일반관리대상으로 넘긴다. 현재 특별관리대상자는 78명이고 일반관리대상자는 5백80명. 특히 대테러경계령이 발효되면 특별관리대상자는 무장한 경찰이 24시간 보호하도록 돼있다는 것.
결국 경찰의 이같은 구체적인 설명은 이씨를 보호해야 하는 책임이 안기부에 있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
이와관련, 경찰의 한 고위관계자는 『평소 벙어리 냉가슴 앓듯 경찰이 안기부를 대신해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 쓴 적이 많지만 이번 사건은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고 언론이 책임소재를 공개적으로 거명한 이상 억울하게 당하고 있기에는 너무 민감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기부의 한 관계자는 『비공개신분을 언론에 공개한 것도 이씨 자신의 판단이었고 우리 기관으로서는 이씨를 보호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을 했지만 이씨가 스스로 안기부의 보호를 거부해 어쩔 수 없었다』며 이씨가 여전히 안기부의 관리대상이었음을 간접적으로 시인하면서도 『이씨의 보호책임이 어느 기관에 있는지를 거명하는 것 자체가 기밀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세간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이씨는 스스로 안가에서 나갔다』며 『작년에는 이씨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요원이 가까운 거리에서 보호를 하자 도심 한복판에서 큰 목소리로 「왜 안기부원이 따라붙느냐」며 항의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한편 이씨가족들은 경찰과 안기부가 서로 책임을 따지고 있는데 대해 『이제와서 책임소재가 어디 있는지 따지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이씨가 피격될 당시 국가기관에서 아무런 조치가 없었던 것은 확실하지 않으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