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에 띄우는 편지]美 LA 초등학교 교장 수지오씨

  • 입력 1997년 1월 12일 19시 44분


제가 한국을 떠난지 28년, 미국 교육계에 몸담은지 22년이 됩니다. 그동안 한국에서 교육자 및 학부모들과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한국의 부모들은 자녀교육에 돈을 아끼지 않습니다. 학교를 선택할때도 무조건 최고학교를 원합니다. 자녀의 능력이나 학교적응여부, 사회성, 친구관계 등은 별로 고려의 대상이 되지않습니다. 남이 하니까, 남이 좋다니까 나도 해야한다는 식이지요. 저는 초등학교 교장으로서 이곳 부모들과의 면담을 통해 그들이 자식의 교육에 대한 기대는 크지만 자녀교육의 접근방법에서는 한국의 부모들과 다르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들은 자녀가 입학할 유치원이나 초등학교를 결정하는데에도 일년이나 6개월전부터 계획을 세웁니다. 그리고 학교도 방문하고 학교당국자들과 얘기도 하고 교실도 방문해보는 등 조사를 벌입니다. 또 학교를 도와줄 때에도 학교전체나 학급전체를 도와줌으로써 자기자신의 자녀에게도 이익이 되지만 학교전체에도 이익이 되게 합니다. 저는 한국의 학부모들에게 『학교가 내 자식을 위해 무엇을 해주는가만 묻지말고 내자신이 학교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고 생각해보길 권합니다. 저는 서양이건 동양이건 부모가 자녀에게 남겨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유산은 부모의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일 몇분이건 자녀에게 자신의 시간을 나눠주는 것이 어떨까요. 저는 아이들의 성장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차가운 돈이나 물건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엄마와 아빠가 함께 관심과 사랑으로 아이들과 시간을 같이 보내주는 것입니다. 저는 이곳 사회에서 아이들이 가족내의 중요한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 매우 부럽습니다. 한국 학부모들도 이것은 본받을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할 경우 아이들이 가족의 책임있는 일원으로서 자부심과 책임감을 갖게 될 것입니다. 아이를 다른 형제나 남의 자녀와 비교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를 뒤돌아보게하는 것이 어떨까요. 「너는 지난해에는 숙제도 잘하고 성적도 좋고 집에도 일찍 들어오더니 올해는 귀가시간이 늦어져 걱정이 된다」는 식이 좋을 것 같습니다. 부모들은 물론 자녀가 좋은 성적을 받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자녀에게 중요한 것은 「좋은 성적을 받았다는 것이 아니고 최선을 다했다는 것」이라고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또 자녀의 자랑거리나 잘한 점만을 듣지 말고 잘못한 점이나 난처한 점, 실패한 일이나 부끄러운 경험을 자연스럽게 얘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올해는 고국의 학부모들이 시간적 여유를 갖고 자녀의 얘기를 귀담아 들음으로써 자녀와의 대화의 문을 활짝 열기를 간절히 빕니다. 수지오 <美 LA 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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