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난임시술의 그늘…쌍둥이 출산, 세계최고…“산모도 태아도 위험”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2월 18일 14시 39분


사진 출처 게티이미지
사진 출처 게티이미지
직장인 이성호 씨(45)는 올해 쌍둥이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30명 한 반에서 쌍둥이가 총 4명인데, 이 씨가 근무하는 직장에서도 옆 부서 과장, 후배 대리가 쌍둥이 아이를 키우고 있다. 이 씨를 비롯한 쌍둥이 부모들은 대부분 난임을 겪고 병원에서 인공 시술을 받아 쌍둥이를 낳은 사례다.

한국의 쌍둥이, 세쌍둥이 등 다태아 출산율이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태아 임신은 산모와 태아 모두에게 위험이 따르는 고위험 임신인 만큼 이를 줄이기 위한 정책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한국의 다태아 출생 추이와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출생아 중 다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3.7%에서 지난해 5.7%로 증가했다. 세쌍둥이 이상의 다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2.4%에서 3.4%로 늘었다. 저출산 현상이 심화하면서 합계출산율과 출생아 수가 감소하는 가운데 다태아 출생의 비중은 늘어나는 것이다.

한국의 다태아 출산율은 2023년 기준 1000건 당 26.9건으로 그리스(29.5건)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았다. 세쌍둥이 이상 다태아 출산율은 2023년 기준 1000건당 0.59건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았다.

다태아 출생이 늘어난 데에는 만혼 등으로 인해 출산 연령이 올라가고, 난임 시술 등 의료보조생식술이 발전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자연 임신에 의한 다태아 임신은 전체 임신의 약 1~2%로 추정되지만, 난임 시술에 의한 다태아 임신은 30~40%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한국의 난임 시술 건수와 환자 수가 지속해서 커지는 추세임을 고려하면 다태아 출생이 당분간 유지되거나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의 난임 시술 건수는 2019년 14만6354건에서 2022년 20만7건으로 증가했다. 난임 시술 환자 수도 같은 기간 12만3322명에서 13만6905명으로 늘었다.

연구진은 다태아 임신을 줄이기 위한 정책적인 노력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다태아 임신은 산모와 태아 모두에게 고위험 임신이며, 개인의 건강, 돌봄 부담 등에서 어려움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다태아 임산부는 임신중독증, 임신성 당뇨 등 합병증 발생 위험이 단태아 임산부보다 2~3배 높았다. 다태아 산모의 30.2%가 고도 우울증을 겪었다는 인구보건복지협회의 조사도 있었다.

연구진은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 사업의 양적 확대를 넘어 다태아 출생에 대한 의료적·사회적 대응 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질적 제고가 필요하다”며 “배아 이식 가이드라인 재검토, 다태아 임신에 대한 의료 정보 제공 강화, 다태아 임신 및 양육 정책 로드맵 구축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다태아. 출산율#난임 시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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