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동산」수사 답보-「살인물증」캐기 장기화 조짐

  • 입력 1996년 12월 23일 07시 42분


이천 「아가동산」사건에 대한 검찰수사가 보름째로 접어들었지만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검찰수사가 이처럼 난관에 부닥친 것은 집단폭행으로 숨졌다는 3명의 의문사에 대한 구체적 물증을 확보하지 못한 채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참고인의 진술에만 너무 의존한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검찰은 구속된 金己順(김기순·56·여)씨 등 10명을 살인 사기 횡령 탈세혐의 등으로 오는 26일 일괄 기소할 예정이다. 그러나 혐의내용 중 「살인」부분은 물증이 없어 공소유지가 힘들 것이라는 비관적인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부분은 △피의자들이 崔洛貴(최낙귀)군과 姜美璟(강미경) 윤용웅씨 등 3명의 죽음에 직간접적으로 간여했느냐의 여부 △신도들의 재산 사취여부 △아가동산이 사이비종교집단인지의 논란 등 세갈래.살인혐의검찰은 기대했던 강씨의 시체발굴에 실패했다. 그러나 검찰은 강씨가 맞는 장면을 목격한 10여명의 증언과 강씨를 자신이 직접 매장했다는 윤모씨(44) 등의 진술을 확보했기 때문에 공소유지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씨와 강씨의 부모는 여전히 강씨는 실종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살인혐의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피의자들이 집단살의(殺意)를 갖고 있었느냐」를 입증해야 한다. 이때문에 변호인측은 법원이 목격자의 증언을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살인」이 아니라 「폭행치사죄」를 적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폭행치사죄의 공소시효(7년)는 이미 지났다고 밝혔다.사기혐의피해자들은 김씨가 자신들의 노동력과 재산 등 47억여원을 사취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재산을 공동관리하겠다고 약속한 김씨가 실제로는 대부분의 부동산을 측근들 명의로 등기를 해 놓고 있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사기혐의입증도 어렵지 않다는 입장이다. 또 아가동산을 나갈 때는 재산을 돌려주기로 한 약속도 현재까지 지키지 않고 있어 사기혐의의 공소시효(7년)도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씨의 변호인인 梁仁錫(양인석)변호사는 『일을 하면 월급을 준다고 속인 사실이 있어야 사기죄가 성립되는데 한달만 일해 보고도 임금이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했다. 즉 공동으로 재산을 불린다는 합의하에 일을 해오고도 10여년이 지나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는 것. 또 근로기준법 위반은 공소시효가 3년이기 때문에 그마저도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사이비교단시비검찰은 김씨가 「교주」로 행세하면서 「3선(線)교리」(가족의 정 성욕 물욕을 버리라는 교리) 등을 내세워 「신도」들의 재산을 갈취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각종 행사비디오테이프와 압수물 중 김씨를 신격화시킨 증거들로 아가동산이 사이비종교집단임을 입증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아가동산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아가동산은 함께 일하고 함께 나눠 갖는 협업농장일 뿐』이라고 맞서고 있다. 또 양변호사는 『아가동산에는 찬송가 성경 상징물 포교활동도 없고 일주일에 한번 갖는 집회는 공동체 구성원들이 얼굴한번 보자는 강제성 없는 모임』이라며 『김씨에 대한 예우는 창업자에게 표시하는 애정과 존경에 불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양측의 주장이 엇갈림에 따라 검찰은 일단 혐의가 일부 확인된 공금횡령 및 법인세탈루혐의로 이들의 신병을 계속 확보한 뒤 법정공방을 벌여가며 장기수사체제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여주〓朴鍾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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