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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그랬지요]故 박대통령 시신검안 김병수前국군병원장

입력 1996-10-25 20:48업데이트 2009-09-27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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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權基太기자」 10월26일은 한국현대사에서 쉽게 지워질 수 없는 날이다. 특히 김병수 서울보건전문대학장(61)은 그 날, 79년 10월26일을 잊을 수 없다. 국군서울지구병원 응급수술대 위에 하얀 천으로 덮여 누워 있던 시신. 그것은 자신이 5년여동안 청와대 의무실장으로 심혈을 기울여 모셨던 분. 2시간 전에 피격당한대통령의맥박없는육신이었다. 『전갈을 받고 응급실로 뛰어가니 무장한 중앙정보부 요원들이 시신의 얼굴을 반만 보여주더군요. 이미 절명한 상태로 총상을 입은 얼굴이 부어 있어 설마 대통령이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어요』 병원장인데도 막무가내로 막는 중정요원들을 설득해 시신의 가슴을 살펴본 후에야 대통령임을 알았다. 평소 치료해주던 반점을 확인한 것. 시신을 엑스레이로 촬영할 때는 가슴에 박혔던 탄환 하나가 와이셔츠에 걸려 있다가 떨어져 내렸다. 『며칠 뒤 보안사 서빙고 분실에서 취조당하던 김재규를 검진하고 오면서 서울시청 앞에 걸린 대통령의 커다란 근영을 보았습니다. 모시던 분의 시신을 검안하고 저격자의 건강을 검진하다니 말할 수 없는 비애가 몰려왔습니다』 그는 메스를 잡을 의욕을 잃어 버렸다. 80년 환경처 차장으로 발탁되어 전역하고 보사부 차관을 거쳤다. 83년 의대교수로 옮겼다가 몇번 자리를 옮긴 끝에 94년 서울보건전문대에 자리잡았다. 그는 61년 서울대의대 졸업후 공군 군의관을 지망했다. 미국유학과 서울대의대 대학원 연수 등을 거쳐 국군서울지구병원에서 진료부장으로 일하게 됐다. 『육영수여사가 돌아가신 후 청와대 의무실장으로 파견되어 박정희대통령과의 인연이 시작됐습니다. 제가 지켜본 그분은 과묵하고 단호하지만 바탕이 인자한 분이셨죠. 알려지진 않았지만 한번은 항문이 막혀 태어난 아기가 돈이 없어 수술을 못한다는 기사를 읽고는 제게 아무도 몰래 수술해줄 것을 지시하셨어요. 지갑을 털어 촌지도 내놓으시더군요』 그래서 그는 박대통령을 못잊어 한다. 해마다 10월말이면 강의를 하다가도 낮게 내려앉은 하늘을 멍하니 올려다 보는 일이 잦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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