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김정관, 터프한 협상가… 좀 부족했으면 美에 좋았을 것”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0월 30일 03시 00분


[경주 APEC]
한미 관세협상 타결 막전막후
한미 ‘3500억달러 투자’ 첨예 대립
장관급 회담만 23차례 ‘전쟁 방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써밋에서 특별연설을 하기 앞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기념촬영 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써밋에서 특별연설을 하기 앞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기념촬영 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을 터프한 협상가라고 부를 정도로 협상 과정이 치열했다.”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은 29일 경북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국제미디어센터(IMC)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관세 협상 경과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연설에서 김 장관에 대해 “미국으로선 능력이 조금 부족한 사람을 만났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한 내용을 언급하며 치열한 협상 과정을 소개한 것이다. 김 실장은 “정부는 산업부를 중심으로 미국 상무부와 23차례의 장관급 회담과 일일이 세기 어려운 실무협의로 미국과 협의해 왔다”며 “그 결과 오늘의 합의에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D.C. 월라드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열린 ‘한미 제조업 파트너십 MOU 체결식’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2025.08.26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D.C. 월라드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열린 ‘한미 제조업 파트너십 MOU 체결식’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2025.08.26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미국 측 협상 대표였던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이날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이후 국내 5대 그룹 총수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비즈니스 라운트 테이블에서 협상 카운터파트였던 김 장관을 만나 반갑게 포옹했다.

한미 관세 협상은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트럼프 대통령과 가진 첫 통화 이후 넉 달 넘게 평행선을 이어왔다. 한국 정부는 국방비 지출 증액 등 안보 합의를 지렛대로 관세 인하를 끌어내려는 ‘패키지 딜’을 제안했지만 미국은 대미(對美) 투자펀드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을 요구하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미는 미국의 상호관세 발효를 코앞에 두고 7월 30일 3500억 달러(약 500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펀드를 구성하는 대신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기로 구두 합의했다. 미국은 일본 수준의 5500억 달러 투자를 요구했지만 한국은 1500억 달러 규모의 조선업 협력 ‘마스가(MASGA)’ 프로젝트 등을 내걸고 대미 투자펀드 규모는 줄이고 농축산물 시장 개방을 제외했다.

이후 한미는 3500억 달러 대미 투자펀드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미국은 3500억 달러 전액 현금 선불(up front) 투자를 요구했다. 이에 한국은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제시했으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벽에 막혔다. 이 과정에서 달러 대신 원화를 통해 투자금을 조달하는 방식도 논의됐다. 이에 대해 김 실장은 “통화스와프와 원화 조달 방식은 둘 다 미국에서 적절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결국 한미는 분할 투자가 불가피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지만 연간 투자 한도를 두고 마지막까지 치열한 줄다리기를 벌였다. 미국은 매년 200억 달러 이상의 현금 투자를 요구했지만 결국 정부가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200억 달러 한도 분할 투자 방식에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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