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사정기관이 사건 조작, 엄정 단죄”… 검찰의 ‘쿠팡 봐주기 의혹’ 겨냥한 듯

  • 동아일보

쿠팡 수사검사 “9분간 욕-폭언 들어”
당시 지청장 “수사 가이드라인 안줘”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은 23일 “누구보다 공명정대해야 할 사정기관 공직자들이 사회 기강을 확립하라고 맡긴 공적 권한을 동원해 누가 봐도 명백한 불법을 덮어버리거나 없는 사건을 조작해 국가 질서를 어지럽히고 사적 이익을 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검찰의 ‘쿠팡 봐주기 의혹’ 등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대수보)에서 “국민들이 그 실상을 보고 입을 벌릴 정도로 놀라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러한 행태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파괴하는 결코 용서할 수 없는 기강 문란 행위”라며 “철저히 진상을 밝히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하고 단죄를 해야겠다”고 했다. 대통령실 김남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재명 정부는 국기 문란 행위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날 이 대통령은 특정 사건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쿠팡 퇴직금 미지급 사건과 관련해 외압 의혹을 받는 엄희준 전 부천지청장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대한 ‘술자리 회유’ 의혹을 받는 박상용 전 수원지검 검사 등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엄 전 지청장(대장동 등 의혹)과 박 전 검사(쌍방울 대북송금 의혹)는 이 대통령이 기소된 사건을 수사한 바 있다.

부천지청에서 쿠팡 사건을 수사했던 문지석 검사는 23일 국감에 나와 “올해 3월 7일 대검 담당 과장한테 제 의견을 전달했다는 이유로 (엄 전 지청장이) 저한테 9분간 욕설과 폭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올해 5월 대검 감찰부에서 조사를 받은 뒤 조서 말미에 ‘너무 억울해서 피를 토하고 죽고 싶은 심정’이라고 적었는데도 대검은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고 했다. 엄 전 지청장은 무혐의 지시 가이드라인을 준 적 있느냐는 질의에 “그런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굽네치킨’ 창업자인 홍철호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22대 총선을 앞둔 2023년 지역구에 치킨 상품권을 뿌렸다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수사와 관련해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 부천지청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실이 제공한 올 5월 엄 전 지청장과 문 검사와의 대화 녹취록에 따르면 엄 전 지청장은 굽네치킨 수사에 대해 “법무부 장관이 부천지청장 잘못했다고 길길이 날뛰는 걸 내가 전달도 안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해 이 사건을 수사한 부천지청은 홍 전 수석을 무혐의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대수보 회의에서 “남에게 기대지 않고 자주적 방위산업 역량을 확고히 해야 우리 손으로 한반도 평화를 지킬 수 있다”며 자주국방론을 재차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공직자#쿠팡 퇴직금 미지급 사건#외압 의혹#국가 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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