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군번줄 등 전시…김영복 부총참모장이 기증
“식민지 일본에 공동으로 맞선 역사의 연장으로 평가”
모스크바 승리 박물관에 전시된 파병 북한군의 피묻은 서약서.(NK뉴스 갈무리)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를 조명하는 역사 전시회가 지난 13일부터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개최됐다고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NK뉴스가 17일 보도했다. 우크라이나에 참전했던 북한군의 유품부터 김일성 주석의 권총까지 전시하며 북러 간 새로운 ‘혈맹’ 관계를 부각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모스크바의 승리박물관에서 ‘어깨를 나란히’라는 제목으로 개최된 이 전시회는 “북러관계 역사에 대한 포괄적이고 정확한 시각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둔다”라고 소개됐다. 이번 전시는 내년 1월 31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전시에는 김일성 주석의 권총을 비롯해 우크라이나 전투에 참전했던 북한군 관련 그림, 피가 묻은 개인 편지와 군번줄, 수첩 소지품 등 300여 개의 물품이 전시됐다고 한다.
북한군의 유품들은 고려인의 후손으로 알려진 러시아 국영방송의 김 마리나 기자가 파병군을 지휘한 김영복 인민군 총참모부 제1부총참모장으로부터 받았다고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밝힌 바 있다.
편지는 대부분 가족, 부모, 아내에게 용서를 구한 내용들이고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내용 등이 있었다.
NK뉴스는 “전시된 그림들은 항복하는 대신 자폭하는 북한군의 영웅적 행동을 묘사하거나 드론 작전이나 부상당한 동지들을 구출하는 등 병력 작전의 일부를 소개·선전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모스크바 승리 박물관 전시회에 전시된 파병된 북한 군인들의 러시아 발급 군번줄에 총알 구멍이 있는 모습.(NK뉴스 갈무리) 또 NK뉴스는 이번 전시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북러 간 군사 협력을 식민지 일본에 맞선 ‘공통의 역사’의 연장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시에선 한국전쟁 당시 소련이 북한을 지원한 역사도 조명했고, 또 다른 전시관에서는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의 ‘깨지지 않는 우정’과 이념적 협력을 찬양하는 포스터도 전시됐다고 한다.
전시회에 참석한 신홍철 러시아 주재 북한대사는 “북러관계의 우호적이고 동맹적인 성격과 양국 공동의 반제국주의 투쟁에서 협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열망을 증명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고려대학교에서 북한을 연구하는 학자인 표도르 테르티츠키는 “전시회의 전반적인 스타일이 자기희생을 강조하고 잔혹함을 묘사하는 데 있어 자제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근거로 이 전시회를 북한 측이 추진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난 후에도 모스크바로부터 지속적인 지원을 확보하기 위해 관계를 확대하려는 평양의 정책과 일치한다”라고 덧붙였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