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계엄 당시 車안서 尹과 4차례 통화 이진우, 블랙박스 삭제 지시”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7일 03시 00분


[계엄사태 두달] 계엄 軍수뇌부 조직적 증거인멸 의혹
이진우, 수행장교에 “들여다보라”
수행장교 “없애라고 느껴”… 실제 삭제
여인형, 계엄 다음날 간부 소집해… “체포 얘기는 안했으면 좋겠다” 지시
김용현은 포고령 작성 노트북 파기

12·3 비상계엄 이후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이 수행장교에게 윤석열 대통령의 국회 진입 지시 내용이 담긴 차량 블랙박스 기록을 삭제하라고 했다는 진술을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정치인 체포조 관련 물증 파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포고령 작성 노트북 파기 지시 진술도 확보했다. 법조계에선 계엄군 수뇌부가 조직적으로 증거인멸을 시도하며 윤 대통령과 자신들의 혐의를 축소하려고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수행장교, “李 지시로 블랙박스 삭제” 진술

6일 동아일보가 확인한 수사기록에 따르면 이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6일 자신을 수행하는 장교 A 씨에게 계엄 당시 같이 탔던 카니발 차량의 블랙박스 기록을 들여다보라고 지시했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A 씨를 불러 조사하면서 “이진우는 블랙박스를 확인해 보라고만 지시를 내렸나, 아니면 블랙박스를 정리했으면 좋겠다고 지시를 했나?”라고 물었고, A 씨는 “저는 받아들이기에 (블랙박스를) 없애야 한다고 느꼈다”고 진술했다. 실제 A 씨는 블랙박스 기록을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사령관은 계엄 당일인 지난해 12월 3일과 다음 날 새벽 A 씨와 함께 이 차량을 타고 윤 대통령과 4차례 비화폰(보안 휴대전화)으로 통화했다. A 씨는 검찰 조사에서 당시 윤 대통령이 이 전 사령관에게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특히 계엄 해제 후에도 윤 대통령은 “내가 2번, 3번 계엄령 선포하면 되는 거니까 계속 진행해”라고 했고, 이 전 사령관이 답하지 않자 “어? 어?”라며 다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은 스피커폰으로 통화하지 않았지만 밀폐된 공간이라 통화 내용이 차량 내부에서 고스란히 들렸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이 전 사령관이 블랙박스 삭제를 지시했다는 게 A 씨의 진술이다.

이 전 사령관은 검찰 조사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차량에서) A도 다 들었다는 생각에 (블랙박스에) 그 내용이 남아 있게 되면 나중에 엉뚱하게 오해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블랙박스에도 대통령 목소리가 남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A에게 확인해 보라고 했고, 블랙박스를 지우라고 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 檢, “여인형 증거 인멸 지시” 진술도 확보

검찰이 확보한 다수의 방첩사 관계자의 진술에 따르면 여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4일 방첩사 간부들을 소집한 다음 정치인 체포조와 관련해 “체포 얘기는 안 했으면 좋겠다. 맹목적으로 그냥 나갔다고 해라. 목적 없이 나갔다고 해라”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여 전 사령관은 방첩사 간부들에게 체포조 운용 관련 증거를 없애라는 지시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간부들이 이 지시를 중간 간부들에게 하달하자 이들은 “못 없앤다”며 집단 반발했다고 한다. 이후 중간 간부들이 증거를 보존해 지난해 12월 검찰이 방첩사 압수수색을 할 때 다수의 물증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검찰이 확보한 증거엔 여 전 사령관이 체포를 지시한 14명의 이름이 적힌 메모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장관도 검찰 조사에서 “포고령 1호를 작성한 노트북을 없애라고 (측근에게) 시켰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장관의 지시를 받은 측근 양모 씨는 “김 전 장관이 시켜 망치로 노트북을 부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계엄군 수뇌부가 증거인멸을 조직적으로 한 것인지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검찰은 윤 대통령 등의 공소 유지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윤 대통령과 군 수뇌부의 내란 혐의를 입증할 진술과 물증을 다수 확보했기 때문이다. 한 검찰 출신 변호인은 “군 수뇌부가 증거인멸 행위를 하면서 오히려 내란 혐의만 더 짙어졌다”고 분석했다.

#12·3 비상계엄#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증거인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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