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원외위원장들 작심발언…“대통령실과 수직적인 관계 정상화돼야”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수도권 민심, 국민의힘 원외위원장한테 듣는다’ 토론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2023.10.30/뉴스1

“우리 당은 군사 정당도 아닌데 소수가 지도부로 결정되면 나머지는 들러리 서는 모습이 너무 일상화된 것 아니냐” (김종혁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

“대통령실에서 앞으로 당무개입, 공천개입 안 하겠다고 말했는데, 어느 정도까지 믿을 수 있는가” (천강정 전 경기 의정부갑 당협위원장)

“내년 총선 수도권에서 반타작을 못하면 대통령은 식물인간이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구상찬 서울 강서갑 당협위원장)

국민의힘 원외 당협위원장들은 30일 당 지도부와 대통령실을 향해 강도 높은 쓴소리를 쏟아냈다. 인요한 혁신위원회 구성과 영남권 중진들의 험지 출마론, 검사공천설과 대통령실에 대한 비판이 가감 없이 제기됐다.

내년 총선에서 기존 부산 지역구가 아닌 서울 출마를 선언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수도권 민심, 국민의힘 원외위원장한테 듣는다’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에는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인 김종혁 경기 고양병 당협위원장, 구상찬 서울 강서갑 당협위원장 등을 비롯해 수도권 지역 일부 당협위원장이 참석했다.

김용남 전 경기 수원병 당협위원장은 “수직적인 대통령실과 당과의 관계는 반드시 정상화돼야 한다”며 “지금까지의 왜곡된 관계에 책임 있는 사람들은 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종혁 경기 고양병 당협위원장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후 김미애 의원이 원외위원장과 합동 의총을 하자고 했지만 묵살 당했다”며 “그런 것을 보면 ‘겁나나’, ‘수습하지 못 할까봐 두려워하는 것 아니냐’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문병호 서울 영등포갑 당협위원장은 “당정이 혁신과는 거리가 먼 방향으로 갔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며 “정치 이력이 없는 윤석열 대통령을 국민들이 뽑았을 땐 구태 정치를 혁신하라는 의미가 상당히 포함돼 있었다고 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당선 이후에 대통령실이나 당이 과연 국민 눈높이에 맞는 혁신 방향으로 정치하고 국정을 이끌었느냐에 대해선 상당히 심각한 반성이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비판했다.

최근 출범한 인요한 혁신위원회의 인적 구성, 1호 안건으로 대사면을 제안하기로 한 데 대해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문 위원장은 “인 위원장이 ‘선 통합, 후 혁신’으로 대사면을 제1안건으로 한 건 적절치 않았다”고 지적했다.

구상찬 서울 강서갑 당협위원장은 “인 위원장이 과연 최선이었냐”며 “류현진이 어깨 아프다고 손흥민, 이강민을 투입할 순 없다. 전문 분야가 따로 있는데 (인 위원장을) 정치 분야에 집어넣는 게 최선이었냐”고 꼬집었다.

인 위원장이 화두를 던진 ‘영남권 스타 중진 수도권 출마론’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구 위원장은 “(중진들이) 영남에서 끌려와서 할 수 없이 수도권 출마하면 표를 주냐”며 “스스로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인 위원장이 먼저 중요한 무기를 스스로 해체해 버렸다”고 꼬집었다.

한규택 경기 수원을 당협위원장은 “영남 다선 의원이 경쟁력이 있냐”며 “영남 다선 의원이 차출해서 (수도권에) 온다면 등촌, 관악, 강북, 도봉에 보내야 한다”고 했다.

참석자들은 당 지도부에 원외위원장 총회를 열어 목소리를 경청할 것을 요청했다.

문병호 서울 영등포갑 당협위원장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끝나고 제일 먼저 당 지도부에서 원외위원장 토론회를 먼저 했어야 한다”며 “인요한 혁신위원장도 현역 의원을 만나는 것보다는 원외 인사를 만나는 걸 요청드린다”고 했다.

하 의원은 행사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만장일치로 우리가 합의한 게 있다. 전국 원외위원장 총회를 열어달라는 것”이라며 “현역의원은 영남권이 많고 거기보다 훨씬 강한 위기의식을 느끼는 게 원외위원장이니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당 지도부가 들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