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항공용 공랭식 AESA 레이다 개발… 세계시장 조준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0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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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로 뻗어가는 K-방산] LIG넥스원

2023 공군 민군협력 세미나 전시회에 전시된 ‘FA-50 AESA레이다 시제’. LIG넥스원 제공
2023 공군 민군협력 세미나 전시회에 전시된 ‘FA-50 AESA레이다 시제’. LIG넥스원 제공
나는 새를 떨어뜨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돌을 던지거나 활을 쏘아야겠지만 그보다 먼저 새가 어느 정도 속도로, 어디를 향해 날아가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방공 유도 무기 체계나 전투기의 미사일 사격통제 체계에서 레이다가 하는 일이다. 특히 최근 각광받는 AESA(에이사, 능동형 전자주사식 위상배열) 레이다는 이러한 분야에서 특출난 성능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산 전투기인 FA-50에 적용 가능함은 물론이다. 이를 위해 개발하고 있는 것이 LIG넥스원의 FA-50 AESA 레이다이다.

국내 개발 AESA 레이다로 세계 시장 도전장
우리 군과 정부는 2006년부터 전투기용 AESA 레이다 국산화를 추진해 왔다. 국방과학연구소의 주관 아래 LIG넥스원이 시제 업체로 참여해 약 15년간 연구개발을 통해 일군 성과가 지난 5월 ‘2023 공군 민군협력 세미나 전시회’에서 최초 공개된 FA-50 AESA 공랭식 레이다(제품명: ESR-500A) 시제품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과 2021년부터 협업해 FA-50 체계 적용성을 고려했으며 국내 최초의 항공용 공랭식 AESA 레이다로 설계됐다.

국내외서 운용 중인 전투기용 AESA 레이다는 큰 발열로 인해 냉각 유체로 냉각하는 수랭식이지만 LIG넥스원에서 공개한 ESR-500A는 경공격형 항공기를 대상으로 공기만으로 냉각하도록 설계·제작됐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수랭식과 달리 냉각 장비가 필요 없어 부피와 무게를 줄일 수 있었던 것이다.

AESA 레이다 시제품은 지난 5월 이후 2023 한국군사과학기술학회, 경북항공방위물류박람회(GADLEX 2023) 등에 참가해 산학연 및 민관군에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방위산업에서 큰 행사 중 하나인 서울 ADEX 2023에도 전시돼 해외 방산 시장 관계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FA-50 수출 전망이 밝은 만큼 현시점에 AESA 레이다의 국산화가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우리의 힘으로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고 경제 효과를 최대화할 수 있음에도 해외 장비에 의존하는 것은 향후 5세대, 6세대 전투기 국내 개발 전략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간 많은 예산과 노력을 투입해 확보한 국내 개발 역량과 이미 확보한 고부가가치 기술들이 매몰될 우려 또한 크다.

AESA 레이다 공급처를 해외·국내로 이원화하면 향후 경공격기 세계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선택의 폭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정치적, 지정학적 사유로 해외 장비의 수출이 제한되는 국가에는 준비된 국산 레이더를 적극 적용함으로써 제한 사항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핵심 장비에 대한 해외 의존에서 벗어나야
전투력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AESA 레이다는 차세대 전투기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폴란드에 수출된 FA-50에도 미국 레이시온사가 개발 예정인 팬텀 스트라이크 AESA 레이다가 탑재된다.

그런데 국외 AESA 레이다를 장착하면 제조국 기술 보호를 위해 AESA 레이다와 연동되는 핵심 임무·항전 장비 및 무장을 패키지화하기 때문에 국산 장비와의 연동이 불가능하게 된다. 일례로 KF-16 성능 개량 사업에 미국의 AESA 레이다 장착으로 다양한 국산 임무·항전 장비의 탑재가 난항을 겪고 있다. 앞으로 우리 기술로 핵심 장비, 무장을 개발하더라도 우리 전투기에 장착이 제한된다는 이야기다.

국산화 완료까지 험로… 정부 적극 지원 필수
다만 FA-50 AESA 레이다 국산화 완료까지 가야 할 길이 녹록지는 않다. 수십 개의 환경 시험, 최소 수십 소티(군용 항공기의 출격 횟수를 세는 단위)의 레이다 차원의 비행 시험, 이후 체계 적합성 시험, 감항인증(항공기의 강도와 구조, 성능이 안전성과 환경보전을 위한 기술적 기준에 적합하다고 정부가 인정하는 증명) 등을 거쳐야 비로소 전력화가 이뤄진다. 이러한 검증을 위한 비용은 수백억 원에 달해 시제 업체가 자체 조달하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르는 것이 현실이다.

LIG넥스원 김지찬 대표이사는 “FA-50 AESA 레이다 개발 업체들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달성했지만 개발 완료까지 적지 않은 숙제가 남아 있다”며 “오늘날 K-방산 신드롬의 밑거름이 된 수출 장려 정부 과제 참여 노력을 통해 남은 과제를 끝까지 완수할 것이며 이를 통해 FA-50의 진정한 국산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산화를 위한 그간의 노력을 가치 있는 여정으로 만들기 위한 마무리로 정부의 공세적인 정책 지원이 중요한 시기다. 핵심 기술 국산화를 추진할 때마다 기술 선점 국가들의 보이지 않는 견제는 늘 존재해 왔다. 이를 반복적으로 극복해온 과정이 바로 K-방산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편 FA-50 계열 기체 운용이 20여 년을 경과하는 시기가 도래하면서 군 안팎으로 FA-50 AESA 레이다 탑재 소요 제기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수출용 AESA 레이다가 선행 개발되면 국내 FA-50의 현존 전력 극대화를 위한 성능 개량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조선희 기자 hee31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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