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새벽 SNS에 올라온 현무-2C 미사일의 낙탄 추정 영상. 군은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도발에 대응해 발사한 현무-2 지대지 탄도미사일이 낙탄하면서 발생한 사고라고 밝혔다. SNS 캡쳐북한의 화성-12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도발 대응 차원에서 군이 4일 밤 강원 강릉 모 공군기지에서 쏜 현무-2C 지대지 탄도미사일은 발사 10여 초 만에 추진체의 노즐 구동장치가 작동 불능이 되면서 발사 방향(동해상)과 정반대로 비행하다가 30여 초 만에 추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날로 고도화하는데 대북 킬체인(kill chain·선제타격) 핵심 무기의 주요 부품에서 오작동이 발생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동종 미사일에 대한 총체적 점검과 재정비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0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현무-2C는 발사 직후 10여 초 만에 추진체 노즐의 구동장치가 오른쪽으로 확 치우치는 이상 현상이 발생했다. 미사일의 방향 전환을 담당하는 핵심 부품이 작동 불능 상황에 빠진 것. 이 때문에 미사일 동체가 좌측으로 급격히 꺾이면서 발사 방향(동해상)과 정반대로 비행하다가 발사 30여 초 만에 영내 골프장에 낙탄했다.
군은 이 같은 사고 상황을 파악하고 국방과학연구소(ADD)와 수거된 미사일 잔해를 완전 분해 수준으로 해체해 노즐 구동장치의 오작동 원인을 정밀 조사하고 있다. 낙탄 사고가 난 현무-2C는 발사 직전까지 두세 차례의 사전 점검에선 아무런 이상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적 점검에선 가려낼 수 없는 핵심 장비·부품의 중대 결함이 발생했을 개연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탄도미사일이 발사 10여 초 만에 노즐 구동장치가 고장 나 정반대로 날아가는 것은 드문 사고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단순 오작동이나 오류로 보기 힘들다는 얘기다. 대북 킬체인 전력 중 가장 최신형이고 사거리(800∼1000km)도 가장 긴 현무-2C는 발사 직전 표적 좌표를 입력하면 모든 비행 상황이 컴퓨터로 자동 제어된다.
그래서 일각에선 항법장비와 유도조종부의 하드웨어 또는 소프트웨어에서 오류가 발생했을 가능성에 주목한다. 또 발사 직후 비행 데이터를 항법시스템에 제공하는 각종 센서 장비에서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발사 직후 미사일의 방향 전환은 센서와 컴퓨터(항법장비 등), 노즐 구동장치가 모두 연동돼서 이뤄지는데 이 중 어느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정상적으로 비행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양한 원인이 개입될 수 있어서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데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대북 킬체인 전력 운용·관리 난맥상 드러내
군 안팎에선 현무-2C 낙탄 사고가 대북 킬체인 전력의 운용·관리에 난맥상을 드러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군이 북한 핵위협에 대응할 미사일의 개발·보유에만 치우친 나머지 유사시 한 치의 오차 없이 작동될 수 있는 즉응적 전투태세를 갖추는 데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전술핵을 장착할 수 있는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SR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을 수시로 발사해 대남 핵공격 위협을 실증하는 북한과 대비된다는 지적도 많다. 실제로 북한은 올 들어 30차례 가까이 총 40발이 넘는 탄도·순항미사일을 쏴 성능을 과시하고, 대남 무력시위를 벌였다.
하지만 우리 군은 현무-2C의 경우 낙탄 사고가 난 것을 포함해 올 들어 3차례 쐈을 뿐이다. 또 낙탄 사고 2시간 뒤 같은 장소에서 우리 군이 발사한 에이태큼스(ATACMS·전술지대지미사일) 사격에서 추적 신호가 끊긴 것은 2번째로 쏜 미사일인 것으로 나타났다.
군 소식통은 “예산 문제로 고가 마사일의 실사격 기회가 드물어 유사시 완벽한 작전과 성능 보장에 대한 우려가 큰 게 사실”이라며 “그나마 대북 무력시위로 쏜 킬체인 주요 전력이 낙탄하거나 소실돼 안보 공백과 국민적 불신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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