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로 쏜 ‘현무Ⅱ’ 서쪽으로…강릉 민가 700m 옆 탄두 ‘낙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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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10월 5일 18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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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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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당국이 4일 오후 늦게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도발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실시한 한미연합 지대지미사일 사격 중 ‘낙탄’(落彈) 사고가 났다.

이에 군 당국은 이번 사고 발생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면서 관련 소식이 즉각 알리지 않아 밤새 불안해했을 사격장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사과했다.

5일 군 당국에 따르면 우리 군은 한미연합 미사일 사격의 일환으로 전날 오후 11시쯤 강원도 강릉 지역 A비행단 사격장 해안에서 동해상의 특정 목표물을 향해 지대지 탄도미사일 ‘현무-ⅡC’ 1발을 쐈다.

그러나 이 미사일은 수직으로 발사된 뒤 사전에 입력한 좌표에 따라 동쪽으로 날아가야 했으나, “비정상적”으로 서쪽을 향해 비행한 뒤 군 골프장 내에 떨어지면서 탄두와 추진체가 분리됐다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 미사일 탄두는 발사지점으로부터 서쪽으로 약 1㎞, 추진체는 약 1.4㎞ 지점에서 발견됐다.

미사일 탄두가 떨어진 지점에서 인근 민가까지의 거리는 700m에 불과했으나, 다행히도 탄두가 폭발하지 않아 군과 민간의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와 관련 군 당국은 일단 미사일 탄두가 지면에 닿은 후 폭발하는 데 필요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아 폭발로 이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에 무게를 정확한 사고 원인 등을 조사 중이다.

한미 연합 지대지미사일 사격. 합참 제공
한미 연합 지대지미사일 사격. 합참 제공
반면 미사일 추진체는 추락한 뒤에도 ‘1분 내외’ 시간 동안 연소가 계속됐다고 군 관계자가 전했다.

군 당국은 이때 사고 현장 인근 지역 주민들이 촬영한 사진·동영상 등에 대형 폭발과 화재가 발생한 것처럼 보이는 장면이 포착된 것으로 보고 있다. 군 관계자는 “추친체 안의 추진제가 연소된 뒤엔 추가 화재가 없었다”고 거듭 밝혔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김승겸 합동참모의장은 이번 낙탄 사고 소식을 거의 실시간으로 보고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군 당국은 미사일 낙탄 직후 탄두 폭발 위험반경 내에 있던 장병·차량 등을 안전지역으로 대피시키는 등의 조치를 취했고, 이후 5일 오전 0시50분쯤 현장에 있던 육군 미사일전략사령관의 판단에 따라 합참 승인을 거쳐 ‘현무-ⅡC’ 미사일에 이어 사격하려 했던 우리 군과 주한미군의 ‘에이태큼스’(ATACMS)를 2발씩 총 4발 동해상으로 발사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 한미연합 미사일 사격 자체가 5일 오전 7시쯤까지 ‘엠바고’(보도 유예)가 걸려 있던 사안이어 낙탄 사고 소식도 즉각 언론에 보도되지 못했다.

이 사이 미사일 발사시의 굉음과 섬광 등을 목격한 강원도 강릉 일대 주민들은 관할 소방당국에 신고하는 등 밤새 불안에 떠는 상황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군 당국은 낙탄 이후 △추진체 연소 시간이 상당히 짧았고 △추가적인 화재·폭발이 일어나지 않았으며 △군부대 영내에 낙탄했다는 점, 그리고 △심야시간에 발생했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고 상황을 즉각적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알리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군 당국은 또 군·민으로 구성된 합동홍보팀을 통해 지역 내 관공서와 어촌계 등에 이번 미사일 사격을 사전에 일일이 안내했다고 밝혔다.

5일 ‘현무-Ⅱ’ 미사일 낙탄 사고가 난 강원도 강릉의 한 군부대에서 폭발물이 적힌 팻말이 붙은 차량이 나오고 있다. 2022.10.5/뉴스1
5일 ‘현무-Ⅱ’ 미사일 낙탄 사고가 난 강원도 강릉의 한 군부대에서 폭발물이 적힌 팻말이 붙은 차량이 나오고 있다. 2022.10.5/뉴스1
다만 군 관계자는 “낙탄 이후엔 지속적으로 안전점검을 해야 하는 등 작전 중이었기 때문에 즉각 주민들에게 말씀드리지 못했다”며 “우발사항 발생시 조치를 적절히 취하지 못해 주민들에 큰 불편을 드린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군 당국에 따르면 각 부대는 이번 사격에 앞서 매뉴얼대로 미사일 외관과 사격통제장치를 점검하는 등 안전조치를 취하고 모의 사격훈련을 통해 사격절차를 재차 숙달했음에도 이 같은 낙탄 사고가 발생했다고 한다.

이에 군 당국은 국방과학연구소(ADD) 및 ‘현무-ⅡC’ 생산업체인 한화 등과 함께 이번 낙탄 사고원인·경위 파악에 나서는 한편, 군이 현재 보유 중인 ‘현무-Ⅱ’ 미사일의 이상 유무 등을 확인하기 위한 전수조사도 벌이기로 했다.

군 관계자는 이번 ‘현무-Ⅱ’ 낙탄 사고로 ‘한국형 3축 체계’의 한 축인 ‘킬체인’의 신뢰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등 대비태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엔 “‘킬체인’을 위해 타격 자산으로 운용하는 무기체계는 많다. 각 군별로도 갖고 있고, 지대지미사일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며 “(‘현무-Ⅱ’ 운용에) 장기간 공백이 발생할 경우엔 다른 무장으로 변경하는 조치도 돼 있어 대비태세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현무-Ⅱ’는 우리 육군이 실전배치해 운용 중인 지대지 탄도미사일로서 사거리에 따라 A·B·C형 등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현무-ⅡC’의 사거리가 1000㎞ 정도로 가장 길다. ‘현무-ⅡA’의 사거리는 300㎞, ‘현무-ⅡB’는 500㎞ 정도다.

‘현무-Ⅱ’는 올 들어 북한의 무력도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이번까지 3차례에 걸쳐 총 3발 발사됐다.

‘현무-Ⅱ’ 계열 미사일 발사 과정에서 낙탄 사고가 난 건 2017년 9월 ‘현무-ⅡA’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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