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증인만 40여명…“대장동 사건 5월 안에 판결 선고 이뤄져야”[법조 Zoom In/대장동 재판 따라잡기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12일 12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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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과 관련해 1월 10일부터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이 사건은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대권 도전에 나서면서 본격적인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동아일보 법조팀은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이 사건에 대한 기록을 역사에 남기기 위해 매주 진행되는 재판을 토요일에 연재합니다. 이와 함께 여전히 풀리지 않은 남은 의혹들에 대한 취재도 이어갈 계획입니다.》
김만배 씨가 3일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출석하고 있다. 2021.11.03.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김만배 씨가 3일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출석하고 있다. 2021.11.03.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구속 만기일을 따져보면 5월 21일까지는 이 사건 판결 선고가 이뤄져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관점에서 계속 말씀드립니다.”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양철한) 심리로 열린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6차 공판에서 재판장은 검찰 측 향후 입증 계획과 피고인 측 증거의견을 재검토해달라고 말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재판부는 “현재 우리나라 소송법 규정이 공판에서 구속 기간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기에, 충분한 심리를 해야 함에도 이런 요청을 드리게 돼 아쉽게 생각한다”고 양해를 구하면서도 신속한 재판 의지를 명확히 밝혔습니다.

남욱 변호사가 3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으로 출석하고 있다. 2021.11.03.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남욱 변호사가 3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으로 출석하고 있다. 2021.11.03.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형사소송법상 1심에서 피고인을 구속할 수 있는 기간은 최대 6개월입니다. 이 사건 구속 피고인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는 지난해 10월 21일, 김만배 씨와 남욱 변호사는 지난해 11월 22일 각각 구속 기소됐습니다. 1심 재판이 5월 21일을 넘길 경우 추가로 구속영장을 발부하지 않는 한 이 사건의 모든 피고인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됩니다.

이날 재판은 증인신문이 예정됐던 증인 중 1명이 불출석하며 오후 4시경 일찍 끝났습니다. 재판부는 “공판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우리 모두 머리를 맞대야 한다”며 재판 기간이 마냥 늘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 유동규 측 “불구속 배려해주시면 어떨까”
형사사건의 재판 기간과 관련해 현행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은 “판결의 선고는 1심에서는 공소가 제기된 날부터 6개월 이내에 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물론 이는 현재 단순한 ‘훈시규정’으로 여겨져 실제로 재판을 이 기간 내에 반드시 종결하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역할을 하고 있진 않습니다. 즉 법원이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의 방어권과 적정절차를 보장하는 동시에 가능한 신속하게 재판을 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됩니다.

이와 달리 구속 기간은 1심에서 6개월로 엄격한 제한을 받기 때문에 재판 기간이 장기화되는 경우가 많은 중요 사건의 경우 피고인의 구속 연장 여부에 자주 관심이 집중됩니다. 2017년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 기소됐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1심이 6개월을 넘겼지만 법원이 “증거 인멸의 우려”를 들어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줄곧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았습니다. 반면 2020년 자녀 입시비리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됐던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는 1심 재판 중 구속 기간 만료로 석방됐다가, 5개월 만에 1심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다시 법정 구속됐습니다.

이날 유 전 직무대리 측 변호인은 “신속한 재판을 해야 한다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형사소송법이 구속기간을 제한하는 것은 그 기간 내에 심리를 마치라는 취지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코로나19 탓에 구속 피고인의 변호인 접견이 제약되는 상황”이라며 “일부 구속된 피고인에 대해서 불구속 상태에서 방어권 행사가 이뤄지도록 배려해주시면 어떻겠느냐”고 했습니다. 이달 23일, 24일 연달아 기일을 잡은 것에 대해서도 “방어권 침해라고 생각할 수 있다”며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재판부는 “코로나19로 인한 현황은 잘 알고 있고 안타깝게 생각한다. 이해한다”면서도 신속한 재판 의지를 굽히지 않았습니다. 재판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피고인 측이 제출한 증거의견을 종합해 볼 때 향후 증인신문을 진행해야 할 증인은 40명이 넘고, 서증조사를 위한 기일도 필요합니다. 물리적으로 5월 안에 재판을 마무리하기 어려운 상황인 겁니다. 이에 재판부는 40여 명 중 절반가량은 정민용 변호사 측이 단독으로 증거에 부동의해 출석이 필요한 증인이라며 “꼭 탄핵이 필요한 증인들 위주로 다시 살펴 달라. (그렇지 않으면 추가로) 따로 기일을 진행하는 상황까지도 생각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 “초안 작성시 옆자리에서 정 변호사가 직접 수정”
이날 오전 재판에서는 대장동 사업 추진 당시 한국경제조사연구원에서 근무했던 박모 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습니다. 성남도시개발공사는 2014년 12월 연구원에 ‘대장동 신규사업 출자 타당성 검토 용역’을 의뢰했습니다. 지방공기업법상 공사가 ‘성남의뜰’ 같은 다른 법인에 투자하기 위해선 반드시 전문기관에서 사업의 적정성 등에 관한 사전검토를 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용역을 수행한 연구원에서 당시 대장동 사업 공모지침서 ‘초안’ 작성 업무를 맡은 인물이 바로 박 씨입니다.

검찰은 대장동 5인방이 공모해 일부러 민간에 수익을 몰아주는 내용으로 공모지침서를 작성했다고 봅니다. 검찰 공소사실은 2015년 1~2월 당시 정영학 회계사가 전달한 이른바 ‘7대 독소조항’을 반영한 공모지침서를 정민용 변호사가 작성했다는 겁니다. 따라서 검찰의 시각에 힘이 실리려면 박 씨가 작성한 초안에는 독소조항이 없었거나, 설령 있었더라도 박 씨의 판단이 아닌 정 변호사의 뜻대로 들어간 것이어야 합니다.

박 씨는 공모지침서 초안 작성 과정에 대해 “의왕 백운밸리 사업 공모지침서를 참고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발주처(성남도시개발공사)의 유불리를 맞추는 세부 내용은 저희가 작성할 수 없고 틀만 만들었다”며 “공모지침서 작성 과정에서 가장 많이 관여한 건 정 변호사”라고 했습니다. 자신은 의왕 백운밸리 사업 공모지침서에서 사실상 이름 등만 바꿔 끼웠고, 구체적인 공모지침서 내용은 정 변호사와 논의해 정했다는 겁니다.

그러자 검찰은 박 씨가 참고했다는 의왕 백운밸리 사업 공모지침서에는 건설업자 사업 배제 등 7대 독소조항과 유사한 내용이 없다는 점을 하나하나 짚었습니다. 박 씨는 대체로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7대 독소조항은 자신이 마음대로 추가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었다는 취지로 답했습니다. 이에 검찰이 구체적으로 “정 변호사가 직접 (연구원) 사무실을 찾아가서 박 씨의 옆자리에서 컴퓨터를 보면서 공모지침서를 직접 수정해준 사실이 있다는 진술도 있다”고 구체적으로 물었습니다. 그러자 박 씨는 “자세히 기억이 안 나지만 (그런 적)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정 변호사 측은 “(정 변호사는)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리스크를 져서는 안 된다는 점 등 공사에서 요청하고 있는 총 4가지 사안이 제대로 반영이 안 돼서 나중에 지속적으로 수정안을 제시해서 완성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 변호사가 사업 목적에 맞게 공모지침서 초안을 수정·보완하기 위해 당연한 협의를 했을 뿐이란 겁니다. 박 씨는 “당시 공사에서 요구하는 안들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되고, 공사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내용을 넣어달라고 했으면 수정했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다음 재판은 14일 열립니다. 이날 재판에는 2014년 대장동 사업 타당성 검토용역 당시 박 씨와 함께 한국경제조사연구원 소속이었던 고모 씨와 성남도시개발공사 직원 이모 씨가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입니다.


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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