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두환 발언’ 이틀 만에 유감 뒤 ‘송구’…원희룡 “민심 험악”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21일 12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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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히틀러시대도 찬양할 것이냐"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9일 부산 지역 당원협의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부산=뉴시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9일 부산 지역 당원협의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부산=뉴시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전두환 발언’을 둘러싸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윤 전 총장이 21일 5공화국 정권을 찬양한 것이 아니라며 유감을 표명하고 사과했지만 파장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윤 전 총장은 2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청년정책 공약을 발표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저는 헌법 개정을 할 경우에 5‧18 정신을 4‧19 정신과 마찬가지로 헌법 전문에 넣어야 한다고 계속 강조해왔다”며 “(부산) 해운대 당협에서 제 발언은 5공 정권을 옹호하거나 찬양한 건 절대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발언과 관련해 “각 분야의 전문가를 발굴해서 권한을 위임하고 책임정치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그 설명과 비유가 부적절했다는 많은 분들의 지적과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전 총장은 “앞으로 더욱 낮은 자세로 국민들 뜻을 받들어 국민 여망인 정권교체를 이루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윤 전 총장은 19일 부산 해운대갑 당원협의회 간담회에서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잘못한 부분은 그런 부분이 있지만 그야말로 정치는 잘했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다. 호남분들도 그런 얘기를 하시는 분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이 자리에서 “(전 전 대통령) 이분은 군에 있으면서 조직 관리를 해봤기 때문에 (전문가들에게 일을) 맡긴 것”이라며 “(대통령이 되면) 최고 전문가를 뽑아 적재적소에 임명해 놓고 저는 시스템 관리를 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홍준표 의원이 20일 대구MBC에서 열리는 TV토론회에 입장하기에 앞서 환호하는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대구=뉴시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홍준표 의원이 20일 대구MBC에서 열리는 TV토론회에 입장하기에 앞서 환호하는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대구=뉴시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은 물론이고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홍준표 의원은 21일 윤 전 총장을 향해 “아직은 지도자 수업이 전혀 안 돼 있는 칼잡이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홍 의원은 “최근 윤석열 후보의 전두환 옹호 발언은 참으로 위험한 역사 인식”이라며 “히틀러시대 독일도 대단한 경제발전이 있었던 때이다. 그러면 윤 후보는 히틀러시대도 찬양하느냐. 참으로 어리석고 아둔한 발상”이라고 밝혔다.

홍 의원은 20일 대구‧경북 TV토론회에서도 “5공 시대에 정치가 있었느냐. 독재만 있었다”며 “저는 5공 시절에 검사하면서 전두환 대통령의 형도 (감옥에) 잡아넣었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TV토론회에서 “문재인 정권한테 ‘부동산과 조국 문제 빼면 문재인 정권 잘했다’고 말하는 것과 너무나 유사한 발언”이라며 “5공을 수호하고 독재를 수호하는 것 아닌가. 혹시 윤 후보께서 ‘내가 제2의 전두환이 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나”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윤 전 총장은 토론회에서 “내가 말한 걸 앞에만 뚝 잘라서 말씀하신 것 같다”며 “(내가 잘했다고 한) 정치는 최고의 전문가를 뽑아서 맡기는 위임의 정치”라고 반박했다.

그는 “5‧18 피해자분들께서 아직도 트라우마를 갖고 있기 때문에 경선(11월 5일)이 끝나면 광주에 달려가서 제가 과거에 했던 것 이상으로 더 따뜻하게 위로하고 보듬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이 20일 대구MBC에서 열린 TV토론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준표 의원,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 유승민 전 의원, 윤석열 전 검찰총장. 대구=뉴시스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이 20일 대구MBC에서 열린 TV토론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준표 의원,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 유승민 전 의원, 윤석열 전 검찰총장. 대구=뉴시스


하지만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대선 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21일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 인터뷰에서 “광주 쪽에서 저한테 전화가 쏟아진다. 민심이 험악하다”며 “정말 통탄을 하고 백배사죄의 자세로 참회를 하고 반성을 해야 된다. 그게 국민에 대한 예의”라고 말했다.

앞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전날 CP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석열 후보는 호남지역에서 많은 기대를 하고 있는 후보였다. 그 기대가 정반대의 형태로 나타나니 실망하는 분들이 있는 것 같다”며 “발언 하나하나가 얼마나 파급효과가 있는지, 그리고 정확하지 않은 표현 하나가 얼마나 본인에게 큰 해가 되는지를 깨달아야 할 것 같다. 명백한 실언”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빠르게 논란을 정리하려면 본인의 정확한 입장 표명, 특히 이런 발언에 상처받은 분들에 대한 사과 표명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운데)가 21일 전남 여수시 만흥동 만성리검은모래해변 인근에 위치한 여순사건 희생자 위령비를 참배한 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전두환 발언’과 관련해 발언을 하고 있다. 여수=뉴시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운데)가 21일 전남 여수시 만흥동 만성리검은모래해변 인근에 위치한 여순사건 희생자 위령비를 참배한 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전두환 발언’과 관련해 발언을 하고 있다. 여수=뉴시스


이 대표는 21일 전남 여수와 순천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후보가 잘못된 자신의 발언을 곧바로 정정해달라고 당 대표로서 공개적으로 권고하고 있다"며 "전 전 대통령은 정치를 한 적은 없고 통치만 했다. 어떤 의미로 발언했는지 설명했지만 동의하기 어렵고 그 인식에 반대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이날 광주 방문 이후 열흘 만에 호남 지역을 방문해 여순사건 희생자 위령비를 참배했다. 윤 전 총장의 ‘전두환 발언’과 관련해 호남 민심 수습에 나서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왔다.

윤 전 총장은 21일 오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발언과 관련해 이틀 만에 유감을 표명했지만 5‧18 희생자와 유족 등에게 사과의 표현은 없었다.

하지만 논란이 좀처럼 수습되지 않자 윤 전 총장은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했다.

그는 "그 누구보다 전두환 정권에 고통을 당하신 분들께 송구하다는 말씀드린다"며 "대통령은 무한책임의 자리라는 사실을 마음에 깊이 생기겠다. 정치인의 말과 행동의 무게를 다시한번 깨닫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윤 전 총장의 ‘전두환 발언’이 호남 민심 악화뿐만 아니라 중도층 이탈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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