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한미 타격 무기 과시하며 “자위권 훼손땐 강력행동” 위협

신진우 기자 ,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입력 2021-10-12 17:23수정 2021-10-12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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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우리 정부의 국방력 강화를 “강도적이고 이중적 태도”라며 “(한국이) 앞으로 계속 우리의 자위적 권리까지 훼손시키려고 하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강력한 행동으로 맞설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를 겨냥해서는 “적대적이지 않다고 믿을 근거가 없다”며 비난 수위를 한층 높였다.

지난달 발사한 극초음속미사일(화성-8형) 등 각종 신형 무기들을 과시한 자리에서 보란 듯 한미에 ‘이중 기준 및 적대시 정책’를 철회해야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조건을 분명히 밝힌 것. 향후 남북 대화 국면이 열리더라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안 위반인 탄도미사일 발사를 ‘자위권’ 차원에서 계속해 한반도 정세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포석이 깔린 메시지란 분석이 나온다.

● ‘이중 기준 철회’ 다시 꺼내든 김정은


북한이 노동당 창건 76주년을 맞아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를 11일 3대혁명 전시관에서 개최했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2일 보도했다. 사진은 개막식이 끝난 뒤 전람회장을 돌아보는 김정은 총비서. 신문은 전람회장에 “최근 5년간 개발생산 된 각종 무기, 전투기술기재를 위주로 강력한 조선의 국방력이 집결됐다“라고 말했다.
12일 북한 노동신문 등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당 창건 76주년 기념 국방발전전람회를 열고 연설에 나섰다. 최근 2주 동안 세 번째 육성 연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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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남조선(남한)은 미국의 강력한 후원으로 각종 첨단무기들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남조선의 과욕적인 야심, 불공평을 조장하고 감정을 손상시키는 이중적·비논리적·강도적인 태도에 커다란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자신들의 미사일·핵 개발 행위를 “도발”로 부르지 말고 자위권 차원에서 인정하라며 ‘이중 기준 철회’ 요구를 다시 꺼내든 것이다. 북한은 앞서 4일 남북 통신선을 재개하면서도 우리 정부에 ‘이중 기준 철회’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김 위원장은 미국을 향해선 “최근 우리 국가에 적대적이지 않다는 신호를 빈번히 발신하지만 적대적이지 않다고 믿을 수 있는 행동적 근거가 하나도 없다”며 비난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조건 없이’ 협상 테이블로 나오라는 미국을 향해 김 위원장이 직접 한미 연합훈련, 미군의 한반도 전략자산 전개 등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지 않으면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도 1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회의에서 “한반도는 긴장과 대결의 악순환이 정기적으로 반복되는 세계 핫스폿 중 하나”라며 “이런 긴장 악화의 근본 원인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에 있다”고 했다.

● 김정은 “주적은 韓·美 아냐”… 서훈 “종전선언도 논의”


북한이 노동당 창건 76주년을 맞아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를 11일 3대혁명 전시관에서 개막했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2일 보도했다. 사진은 개막식이 끝난 뒤 전람회장을 돌아보는 김정은 총비서. 신문은 전람회장에 “최근 5년간 개발생산 된 각종 무기, 전투기술기재를 위주로 강력한 조선의 국방력이 집결됐다”라고 말했다. 사진에서 김여정 당 부부장, 현송월 당 부부장의 모습도 보인다
이날 김 위원장이 무대로 삼은 행사장에는 신형미사일을 포함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대남·대미 타격용 무기가 총출동했다. 노동신문에 공개된 사진에는 정중앙 무대를 기준으로 좌측엔 한국 타격용, 우측엔 일본과 괌·알래스카·미 본토 타격용 무기들이 각각 전시됐다. 극초음속미사일(화성-8형)은 짧고 뾰족한 탄두부의 형태가 선명히 드러났다. △신형 지대공미사일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개량형 △초대형방사포(KN-25) △신형 SLBM 추정 기종 △‘괴물 ICBM’ 화성-16형 등도 전시됐다.

다만 김 위원장은 “이 땅에서 동족끼리 무장을 사용하는 끔찍한 역사는 다시는 되풀이되지 말아야 한다”며 “우리의 주적은 전쟁 그 자체이지 남조선이나 미국 특정한 그 어느 국가나 세력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1월 노동당 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최대의 주적은 미국”이라고 명시한 것과 달리 수위 조절에 나서 대화 여지를 열어놓은 것이다.

이에 청와대와 정부 일각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염두에 두고 북한의 메시지가 바뀐 것 아니냐”며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기류도 포착됐다. 미국을 방문 중인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11일(현지시간)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종전선언도 그(미국과 논의 대상) 일부가 될 것”이라며 “비핵화 협상이 진행되면 대북 제재 완화 문제도 같이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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