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세력확장에 野 파열음 커져…“합류 압박” “당행사 불참 종용”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8일 19시 38분


코멘트
국민의힘에 입당한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 공부모임 ‘명불허전 보수다 시즌5’ 초청 강연에 참석해 강연을 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국민의힘에 입당한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 공부모임 ‘명불허전 보수다 시즌5’ 초청 강연에 참석해 강연을 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한 뒤 당내 세력 확장에 나서면서 대선주자를 중심으로 한 의원들의 이합집산이 빨라지는 한편 대선 주도권 싸움을 둘러싼 파열음도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주말 사이 “윤 전 총장 측 인사가 당 행사엔 참여하지 말자고 종용했다” “친윤(친윤석열) 인사가 윤석열 캠프에 합류하라는 압박을 한다”는 등의 폭로성 발언이 잇따라 나왔다. 각 주자들은 윤 전 총장을 집중 비판하고 나서는 등 야당의 경선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 “‘윤석열 캠프 합류하라’ 의원들 협박”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홍준표 의원은 7일 페이스북에서 “요즘 매일 실언을 연발하며 어쭙잖은 줄 세우기에만 열중하는 훈련되지 않은 돌고래를 본다”고 윤 전 총장을 겨냥했다. 홍 의원은 또 “돌고래 진영에 합류한 일부 국회의원들이 떼 지어 다른 국회의원들에게 조속히 합류하라고 협박성 권유를 한다고 한다”며 “꼭 하는 짓들이 레밍과 유사하다. 본인들이 레밍이기 때문에 그런 몰상식한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당내 대표적인 친윤계인 정진석 의원이 지난주 윤 전 총장의 당 행사 불참과 관련해 “우리 당 후보 가운데는 이미 돌고래로 몸집을 키운 분들이 있다. 체급이 다른 후보들을 다 한데 모아서 식상한 그림을 만들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한 것에 대한 비판이다.

‘집단 자살 나그네쥐’로 불리는 레밍은 우두머리를 따라 맹목적으로 달리는 습성 때문에 호수나 바다에 빠져 죽을 때가 많은 설치류다. 홍 의원의 발언은 윤 전 총장 캠프에 합류했거나 다른 의원들의 합류를 압박하며 세를 불려가려는 움직임에 제동을 걸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아직 지지 후보를 정하지 않은 한 초선 의원은 “윤 전 총장 측 다선 의원이 매일 같이 부르거나 전화로 ‘뭘 꾸물거리느냐’고 압박해 곤혹스럽다”고도 했다.

윤석열 캠프는 8일도 이종배(정책총괄본부장), 정점식(공정과상식위원장), 윤창현(경제정책본부장), 정찬민(국민소통위원장), 한무경(산업정책본부장) 등 현역 의원 5명을 영입하며 몸집을 불려 나갔다.

윤 전 총장이 “(2017년 특검 팀장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을 불구속 수사하려 했다”고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설명한 것도 논란이 됐다. 홍 의원은 페이스북에 “거짓말을 스스럼없이 하는 것을 보니 정치인아 다 됐다는 느낌을 받기는 한다”고 했고, 김태호 의원도 “윤석열 후보의 언급은 스스로를 부정할 뿐 아니라 비겁해 보이기까지 하다”고 비판했다. 여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정치검사의 변신은 한계가 없다. 조만간 서울구치소로 박근혜 면회 갈지도 모르겠다”고 페이스북에 쓰기도 했다.

● 尹, 당 행사 불참 두고 논란 확산
윤 전 총장을 지지하는 한 중진 의원이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 등 다른 대선 후보 측에 “당 행사에 참석하지 말자”고 보이콧을 종용했다는 의혹에 대한 논란도 확산되고 있다. 이에 이 대표는 6일 밤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윤 전 총장 캠프가) 다른 캠프에게까지 당 일정 보이콧을 요구했으면 이건 갈수록 태산”이라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윤 전 총장 측은 7일 오전 입장문을 통해 “타 캠프에 어떠한 보이콧 동참 요구를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자 이 대표는 “불참을 종용 받은 캠프는 있는데 연락을 한 캠프는 없는 상황”이라며 “당 공식기구인 경선준비위 일정을 보이콧하라고 사주했다는 것은 심각한 일”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보이콧 요구가 사실이라면 그것은 밀실 정치”라며 “밀실 정치를 청산하라는 국민들의 요구를 윤 전 총장이 외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원 전 지사는 8일 기자들과 만나 ‘보이콧 동참 요구’를 실제 받았는지에 대해 “경선이 시작도 제대로 안 됐고, ‘원팀’ 정신을 만들어가는 마당에 그게 뭐 중요한 문제겠나”라고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특히 원 전 지사는 “겸손과 배려와 화합의 정신 없이 오만과 무례와 분열로 간다면 정권교체도 어려워질 것”이라며 “오만과 무례와 분열의 주인공들은 찬바람과 함께 수증기처럼 증발할 것”이라며 윤 전 총장을 에둘러 비판했다.

윤석열 캠프 관계자는 “캠프 소속 인사가 그런 요구를 한 적이 없다”면서도 “관련 대응은 더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도 “(윤석열) 캠프가 초기에 전달체계상의 문제가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캠프가 추가 반박이 없으면 이쯤에서 불문에 부치겠다”고 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