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 등장한 쇠고기 원산지론 [정치의 속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12일 21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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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야권 단일후보 되려면 적어도 국내산 육우는 돼야”

여의도 정치권에 때아닌 ‘쇠고기 원산지론’이 등장했다.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전과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부상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거취 논란이 맞물리면서다.

쇠고기 원산지론은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출마를 기정사실화 한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이 꺼내들었다. 이 전 위원은 12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 당 지지층과 우리 당원들, 그리고 우리 당을 아끼는 분들이 조직적으로 야권 단일후보를 도우려면 적어도 (그 후보가) 국내산 한우 정도는 아니더라도 국내산 육우 정도는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위원은 현재 국민의힘 당원인지 여부와 차기 대선 일정에 따라 쇠고기 원산지를 분류했다. 국민의힘 당원으로 대선을 준비하는 사람은 국내산 한우, 전당대회가 끝나고 대선 경선이 시작되는 시점에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사람은 국내산 육우, 대선이 임박한 시점에 제3지대에서 야권 단일후보를 노리는 사람은 수입산 쇠고기라는 얘기다.

이런 비유를 전제로 이 전 위원은 “당원들과 소통하면서 당원들과 (대선) 경선을 하고 당의 가치를 녹여낸 (대선) 후보가 국내산으로 인정받아 ‘우리 소다’(라고) 할 수 있다”며 “식당에선 같은 값이면 당연히 국내산을 먹으려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든, 윤 전 총장이든 야권 단일후보가 되고 싶으면 적어도 국내산 육우가 돼야 한다”고 했다. 안 대표와 윤 전 총장이 야권 지지층 도움을 받으려면, 늦어도 전당대회 직후 입당해 경선을 치러서 국민의힘의 대선 후보가 돼야 한다는 뜻이다.

이 전 위원은 또 주호영 전 원내대표가 “에베레스트를 원정하려면 동네 뒷산만 다녀선 안 된다”고 자신을 비판한 것과 관련해서는 “정치적인 문법에 따라 그냥 아저씨들이 하는 얘기”라며 맞받아쳤다. 이 전 위원은 “(주 전 원내대표의 발언에) 아직까지 기회를 얻지 못한 젊은 사람들이 큰 상처가 된다. 실언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야권에선 이 전 위원의 거침없는 행보를 두고 “당 대표 적합도 지지율이 올라가면서 자신감을 얻은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8~11일 전국 1010명을 상대로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나경원 전 의원 15.9%, 이 전 위원 13.1%, 주 전 원내대표 7.5%, 김웅 의원 6.1% 등으로 집계됐다. 특히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도 나 전 의원(27.3%)이 오차범위 밖 1위에 오른 가운데 이 전 위원은 15.2%로 주 전 원내대표(14.9%)와 접전을 펼치고 있었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전 위원은 이날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와 관련해 “10년 가까운 정치활동, 부침도 있긴 했지만 그걸 국민들이 판단해서 여론조사에서 2등을 하고 있다고 하면, 그 자체로서 어느 정도 평가가 되고 있다고 본다”고 했다. 자신의 ‘선전’이 일시적 현상은 아니라는 취지다.

유성열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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