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北 해산물·그림… 수출 금지 품목인데 온라인서 버젓이 판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27일 22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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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대외용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북한 제품 수백 가지
유엔 안보리 수출 금지 품목 다수 포함
“北, 당국 주도로 대외용 전자상거래 플랫폼 장려”

북중 합작 전자상거래 플랫폼 메인화면.
북중 합작 전자상거래 플랫폼 메인화면.
북-중 합작으로 제작된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북한산 해산물과 만수대창작사 그림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상 금수 품목들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에서 북한 물품을 온라인 구매하는 방식이어서 대북 제재의 우회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온라인 통해 대북 제재 품목 버젓이 판매
북중 합작 전자상거래 플랫폼 해산물 목록.
북중 합작 전자상거래 플랫폼 해산물 목록.


27일 본보 취재 결과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북중러국제전자무역망(中朝俄跨境電子貿易網)’에는 북한산 해산물과 특산품과 주류, 화장품, 예술작품 등 수백 종의 북한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특히 중국 내에서 인기가 좋은 북한 해산물의 경우 대게, 참게, 문어 등 취급하는 해산물 종류만 50종에 이른다. 유엔 안보리는 2017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대북 제의 2371호를 채택해 북한 해산물과 석탄 등의 수출을 전면 금지시켰다.

이들이 취급하는 북한 유화와 판화, 도자기 등 북한 예술품도 50여 종에 달했다. 소개된 작품 중 ‘기러기떼’라는 제목의 수예작품은 북한의 공훈예술가 공정옥 등이 참여해 만든 만수대창작사 작품이다. 림송희의 ‘칠보산의 송이버섯’, 박혜경의 ‘대동강의 백로’ 등 다수 작품이 만수대창작사 작품으로 알려졌다. 유엔 안보리는 북한 만수대창작사가 벌어들이는 외화가 북한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쓰이는 것을 막기 위해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다.

북중 합작 전자상거래 플랫폼 만수대창작사 그림.
북중 합작 전자상거래 플랫폼 만수대창작사 그림.


이 사이트는 북한 당국이 중국 아태국제네트워크과학기술회사와 합작해 만든 해외용 전자상거래 플랫폼이다. 한국어, 중국어, 영어, 러시아어, 일본어 등 5개 언어로 운영될 예정이지만 현재는 중국어 서비스만 제공 중이다. 상품 구매를 원할 경우 업체 측의 위챗(중국판 카카오톡) 계정을 통해 문의 및 지불을 진행할 수 있다. 본보 기자가 북한산 해산물과 만수대 창작사 그림 등에 대해 문의하자 업체 관계자는 “현재는 특산품 일부만 바로 구입이 가능하며 나머지는 북-중 세관이 다시 열린 뒤에 구매할 수 있다”고 밝혔다.

● “국경 봉쇄됐지만 북한 물품 여전히 중국 내 유통”


‘북중러국제전자무역망’ 외에 북한의 대표적인 온라인 쇼핑몰로 꼽히는 ‘만물상’도 해외에서 접속이 가능하다. 코트라 다렌(大連)무역관은 20일 발표한 ‘북한의 전자상거래’ 보고서에 서 “북한은 현재 국제무역 강화를 위해 북중러국제전자무역망과 같은 대외용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며 “북한 당국 차원에서도 자체 인프라를 활용한 전자상거래의 발전과 관(官) 주도의 대외 전자상거래 플랫폼 운영을 지속적으로 장려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온라인 거래를 통한 북한 제품의 중국 수입은 중국 통계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중국 해관총서에 대외무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3월 동안 총 17건, 349달러(약 38만 원) 상당의 온라인 거래를 통한 북한 제품 수입이 이뤄졌다. 지난해 한 해 동안에는 총 18건, 2276달러(약 253만 원) 규모의 물품이 수입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1월 말부터 북-중 국경이 사실상 봉쇄된 상황에서도 온라인 거래를 통한 수입이 꾸준히 이뤄진 것이다.

북-중 관계에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27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산 인삼과 해산물, 그림 등은 중국 내에서도 찾는 이가 상당하다”며 “국경이 봉쇄돼 북한 물품을 새로 반입하는 게 쉽지 않지만 봉쇄 이전에 들여왔거나 밀수한 물품이 여전히 중국 내에서 유통되고 있다”고 밝혔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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