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드’ 이번주 첫 정상회의… 바이든 反中 규합, 한국 본격 시험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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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12일 쿼드 정상 화상회의
美국무-국방 내주 한일 연쇄 방문… 한국에 中견제 동참 압박 가능성
“한국, 쿼드플러스 합류 숙고 중”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 美기고
정부는 “현단계 입장표명 시기상조”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한 핵심 안보협의체로 삼고 있는 ‘쿼드(Quad·미국 일본 호주 인도 4자 협의체)’의 첫 정상회의를 이르면 12일(현지 시간) 열 것으로 알려졌다. 동맹 복원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한국과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46일 만에 속전속결로 끝낸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한 아시아 동맹 규합에 본격 시동을 건 것이다. 이어 다음 주에는 미국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한일을 연쇄 방문한다. 바이든 행정부가 인도태평양 지역에 외교력을 집중하면서 우리 정부에도 중국 견제 동참 압박이 커질 전망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미중 갈등 속 우리 외교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 美 주도 첫 동맹 정상회의에 한국만 빠져

로이터통신은 8일(현지 시간) 일본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쿼드 국가들이 이르면 12일이나 이번 주말 화상으로 첫 정상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지난달 18일 쿼드 외교장관 회담을 한 뒤 한 달도 안 돼 회담의 격을 최고위급인 정상회담으로 높인 것.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바이든 대통령이 (쿼드라는) 4각 안보대화를 통해 대중국 전략의 일환으로 쿼드 재활성화 계획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정상회담에서 쿼드의 성격과 방향에 대해 보다 분명한 구상이 나올 가능성이 거론된다. 바이든 행정부 이후 아시아 동맹국들과의 첫 정상회의에 한국만 빠지는 셈이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7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1년 6개월간 공전을 거듭하던 한국과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타결했다. 지난달에는 일본과도 방위비 분담금 합의를 이뤘다. 한미일 삼각 협력의 큰 장애물이었던 방위비 문제를 빨리 털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쿼드 정상회의 직후인 15∼17일에는 블링컨 국무장관과 오스틴 국방장관이 일본을 방문할 것으로 전망된다. 방한은 17, 18일로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두 장관은 방한 기간 한미 외교·국방 장관(2+2) 회담을 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트럼프 행정부 때 명맥이 끊긴 한미 2+2 회담을 2016년 이후 5년 만에 부활시켜 동맹 복원을 선언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일 2+2 회담도 2019년 이후 2년 만에 열린다. 로이터통신은 오스틴 장관이 한국을 방문한 뒤 쿼드 참여국인 인도까지 방문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은 잔뜩 경계하는 모양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9일 “바이든 행정부가 쿼드 정상회의를 통해 아시아 국가의 충성도를 시험하려 한다”며 “결국 실패할 동맹”이라고 비난했다.

○ 외교부, 쿼드 참여에 “입장 시기상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쿼드가 안보 협의체뿐 아니라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우리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쿼드가 정상회의로 격상되면 한국에도 참여국을 늘린 ‘쿼드플러스’에 동참하라는 압박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소속 황지환 서울시립대교수는 8일 미 의회 전문 매체인 더힐 기고문에서 “문재인 정부는 한미동맹에 대한 헌신을 보여주고 바이든의 북한 정책에 에둘러 영향을 주기 위해 ‘쿼드플러스’에 합류할 가능성까지 숙고 중”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쿼드가 아직 어떤 성격인지 알 수 없다”며 모호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다만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구상이라 현 단계에서 정부 차원의 (참여 여부) 입장을 밝히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박재적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쿼드플러스처럼 정부가 망설였던 협의체도 사안에 따라 동참할 수 있도록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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