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대화 손짓에도 日 호응 불투명…한일 관계 ‘안갯속’

뉴시스 입력 2021-03-02 05:06수정 2021-03-02 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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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日과 언제든 대화 준비"…관계 개선 의지
구체적 강제징용·위안부 해법 없어 日 호응 '불투명'
"한·미·일 협력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 전략에 화답"
"북·미 관계 해빙에 한일 관계 개선 중요 판단 가능성"
"정권 말기 졸속 합의 피해야…관계 악화 방지가 중요"
집권 5년차에 접어든 문재인 대통령이 경색된 한일 관계 개선 의지를 재차 표명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강제징용과 위안부 피해자 판결 등에 대한 구체적 해법을 요구하고 있어 한일 갈등의 출구 마련이 쉽지 않은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102주년 3·1절 기념사를 통해 “정부는 언제든 일본 정부와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눌 준비가 되어 있다”며 “역지사지의 자세로 머리를 맞대면 과거의 문제도 얼마든지 현명하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과거사 문제와 한일 미래지향적인 협력을 분리해 대응해 나가는 ‘투 트랙’ 기조를 재확인하면서도 “과거에 발목 잡혀 있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의 문제는 과거의 문제대로 해결해 나가면서 미래지향적인 발전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며 협력 강화 의지를 재차 천명했다.

일본에 강경 기조를 내비쳤던 3년 전과 달리 문 대통령은 올해 양국 관계 정상화에 방점을 찍었다. 강제징용 피해자와 위안부 피해자 배상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구상을 제시하진 않았지만 한일 관계 개선에 힘을 실겠다는 포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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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부의 유화 기조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가 호응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당장 일본 언론에서는 싸늘한 반응이 나왔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전날 문 대통령의 기념사에 대해 한일 간 현안인 징용 문제 및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일본 TBS방송 역시 피해자 중심주의 입장에서 해결을 도모하려는 태도가 바뀌지 않았다며 위안부 및 징용 문제와 관련해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고 전망했다. 도쿄신문도 피해자 중심주의 입장에서 해결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말하는데 그쳤다고 평가하며, 구체적 해결책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했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일본 정부 입장에서 문 대통령이 도쿄올림픽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구체적인 과거사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한 제안이 없어 얼마나 적극적으로 수용할지 모르겠다”며 “피해자 중심주의를 다시 거론한 데다 정권 후반기로 접어들 경우 정치적 동력이 약지면서 한일 관계 개선을 추동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한일 관계는 지난 2018년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이후 2019년 한국기업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등으로 이어지면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여기에 올해 1월 한국 법원이 일본 정부를 향해 위안부 피해자에 대해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리면서 일본은 더욱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일본의 스가 요시히데 내각 출범 후 한일 관계 개선 의지를 적극 발신했지만 일본 정부는 한국에 공을 떠넘긴 채 대화에 나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사실상 강제징용과 위안부 문제에 대한 궁극적인 해법을 마련하지 않고서는 경색 국면을 해소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9일 취임한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과 아직 전화 통화를 하지 못한 것도 일본 자민당 내 냉랭한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 1월 부임한 강창일 주일본 한국대사 역시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물론 모테기 외무상과 면담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한일 간 신경전은 지난 23일(현지시각) 화상으로 진행된 ‘제46차 유엔 인권이사회’ 고위급 회의에서도 불거졌다. 최종문 외교부 제2차관이 ‘위안부 문제는 보편적 인권 문제’라고 언급하자, 일본은 답변권을 통해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거론하며 국제법과 양국 합의에 반한다고 여론전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대일 유화 행보가 한·미·일 협력을 중시하는 바이든 정부를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일본과의 선제적 관계 개선 노력을 통해 한반도 프로세스 진전을 위한 미국의 협력을 이끌어내겠다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동시에 한일 관계 개선이 남북, 북미 관계 회복을 이끌 수 있다는 기대도 포함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한·미·일 협력 체제를 구축하고 동맹 외교를 강조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동아시아 전략에 대한 화답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한일 관계 개선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며 “남·북, 북·미 관계를 해빙시키는 데 있어 일본과의 관계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점에서 과거사 문제를 전향적으로 풀어야겠다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실제 문 대통령은 “양국 협력은 두 나라 모두에게 도움이 되고, 동북아의 안정과 공동번영에 도움이 되며, 한·미·일 3국 협력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올해 열리게 될 도쿄올림픽이 한·일, 남·북, 북·일, 북·미 간 대화의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도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적극 협력하겠다고 했다.

한편 미국이 한·미·일 협력에 앞서 또다시 한일 관계 개선의 촉매 역할을 할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부통령이던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위해 막후에서 중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 역시 지난달 1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한·미·일 삼각 공조도 해나가면서 한일 간 문제는 양국 간에 필요하다면 미국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정권 막바지 한일 갈등을 해결을 위해 성급하게 합의에 나서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 교수는 “일본 정치권의 관심이 차기 정권으로 기울어지고, 문재인 정부 역시 하반기로 들어가면 정치적 추동력이 약해지는 상황에서 2015년과 같이 갑작스럽게 졸속으로 합의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며 “원칙을 지키면서도 한일 간에 밀접한 소통을 통해 관계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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