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상생기금이 이익공유제 모델?

김광현 기자 입력 2021-01-18 15:20수정 2021-01-18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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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회견은 소수의 기자들만 현장에 배석하고 다수의 기자들이 화상 연결 및 실시간 채팅으로 질문하는 비대면 방식으로 이뤄졌다. 2021.01.18.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코로나 이익공유제’에 대해 ‘농어촌 상생협력기금’ 사례를 들어 그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그런 선례가 과거에 있었다. 한중FTA(자유무역협정)를 체결할 때 농업 또는 수산, 축산, 이런 분야에는 많은 피해를 입히게 되지만 또 한중FTA를 통해서 제조업이라든지 공산품 업체라든지 오히려 혜택을 보는 기업들도 많이 있다”며 “그 당시에 그런 기업들과 공공부문이 함께 기금을 조성해서 피해를 입는 농어촌 지역을 돕는 이른바 농어촌 상생협력기금이 운영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이름이 어떻게 붙든 그런 코로나 시대에 오히려 더 돈을 버는 그런 기업들이 피해를 입는 대상들을 돕는 그런 자발적인 운동이 일어나고, 그 운동에 대해서 정부가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름이 어떻게 붙든’ 이라고 언급한 것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정세균 총리의 최근 발언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먼저 꺼내 든 ‘코로나 이익공유제’에 대해 일부 비판적인 여론이 일자 정 총리가 “상생 정신을 적극 찬성하지만, 어떤 것을 제도화하려면 국민적 공감대가 먼저 이뤄진 후에 논의가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며 “나는 그런 용어(이익공유제)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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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의 기자회견 설명대로라면 코로나19와 한중FTA 상황은 3가지 공통점이 있다. 한 사안에 의해 피해를 받는 측과 혜택을 받는 측이 동시에 발생했다는 점, 해결방안을 위해 정부가 강제하지 않고 민간 즉 기업이 자발적으로 나선다는 점, 그리고 그 자발적으로 나선 기업에 대해 정부가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신년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국정운영 방향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1.1.18 청와대사진기자단

그렇다면 대통령이 ‘이익공유제’의 선례로 꼽은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과연 성공적으로 추진됐을까.

2015년 11월 한·중FTA 비준을 앞두고 FTA로 인해 대기업을 위주로 한 제조업은 중국 수출로 돈을 벌겠지만 한국의 농수축산업은 중국 수입물로 초토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대두됐다. 당시 농업계에서는 ‘무역이득공유제’를 도입해 정부와 기업이 피해 농가에 대해 보상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 대안으로 여야정이 나서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의 설치, 조성, 용도 등을 규정하는 3개 법률 개정안을 마련해 2017년부터 시행됐다. 매년 1000억원씩 모아 10년간 1조원을 조성해 피해 농가를 돕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하지만 2017~2019년 첫 3년간 출연액은 731억7428만원으로, 3년 목표치인 3000억원의 약 24% 수준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공기업이 88.6%를 냈고 민간기업은 11.3%에 불과했다. 5년차에 접어든 올해 이달 18일 현재 조성된 기금은 총 1164억원으로 이 가운데 공기업이 853억원으로 73%를 차지하고 있다. 기업의 출연금은 217억원으로 19%에 그치고 있다. 농어민들을 달래기 위한 기금은 필요하고 기업의 참여는 부족해 한중FTA의 혜택과는 거리가 먼 공기업들이 대부분의 자금을 출연하는 기이한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스마트휴먼테크협회가 작년 국회에 제출한 ‘농어촌상생협력기금 활성화 방안에 대한 연구’ 연구용역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금이 지지부진한 가장 큰 이유로 정부의 인센티브 미흡을 꼽았다. 대·중소기업 간 자발적인 상생협력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조성된 ‘기업상생기금’의 경우 기금을 출연한 대기업은 동반성장 평가에서 우수한 등급을 받을 수 있고 공정거래위원회 직권조사가 면제되는 큰 혜택이 주어지는 데 비해 농어촌상생기금은 그만한 인센티브가 없다는 것이다.

코로나19는 한중FTA에 따라 이익을 보는 기업과 손해를 보는 기업을 구분하기 훨씬 더 어렵다. 또 한중FTA는 전적으로 정부가 추진한 정책이지만 코로나19는 정부의 의지와 관계없이 닥친 재해다. 코로나 이익공유제는 정부의 집합금지 또는 제한조치에 따라 피해를 입은 자영업 중소기업에 대해 재난지원금을 지원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다.

청와대와 여당이 깃발을 든 관제 캠페인의 성공을 위해 정부가 세제혜택 등 강력한 인센티브를 부여한다면 그것을 두고 민간의 ‘자발적’ 출연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개별 대기업들로서는 인센티브에 끌리거나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성의를 표시하는 수준에서 권력의 눈치를 보는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코로나 이익공유제’의 선례로 든 ‘농어촌상생기금’은 본받아야할 모범사례가 아니라 오히려 반면교사로 삼아 다시는 반복하지 말아야할 매우 부적절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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