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공수처장 檢출신 안돼” vs 野 “여당 뜻대로 놔두지 않을것”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10일 18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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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 후보가 11명으로 확정되면서 여야의 신경전도 본격화되고 있다. 여당은 “검찰 출신이 공수처장을 맡아서는 안 된다”며 사실상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고, 야당은 ‘비토권’을 무기로 여당 뜻으로 추천되도록 놔두지 않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10일 페이스북에 “추천위원들이 13일로 예정된 최종 후보 추천에 앞서 미리 판단할 수 있게 된 건 신속한 결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11월 중 인사청문회 개최 전망을 높인 점이라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후보가 11명으로 좁혀진 만큼 조기에 공수처를 출범해야 한다고 야당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민주당은 야당이 추천한 후보가 모두 검찰 출신인 것을 파고 들었다. 법사위 소속 민주당 신동근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공수처는 그 입법취지에 비춰봤을 때 검찰에 대한 집단 상피, 집단 회피 제도라고 봐야 한다”며 “검사 출신을 공수처장 후보로 추천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밝혔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도 “검찰을 견제해야 할 공수처장을 검찰 출신이 맡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검찰 출신이 공수처의 수장이 되면 제 살을 깎아낼 개혁이 아닌 ‘제 식구 감싸기’ 식의 수사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게 민주당의 논리다. 민주당은 9일 판사 출신인 권동주, 전종민 변호사 2명을 추천한 바 있다.

민의힘 추천으로 공수처장 후보가 된 석동현 전 검사장은 이날 “공수처는 태어나선 안 될 괴물 기관”이라고 밝혔다. 석 전 검사장은 “애당초 작년에 국회에서 공수처법을 당시 야당이 무기력해 못 막은 것이 화근”이라며 “법을 폐기하기 전까지는 (공수처가) 현실적으로 존재하게 된 이상 어떻게든 공수처가 괴물이 되지는 않게 해야 한다는 심정으로 (후보 추천을) 수락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공수처가 문제없다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문제없다고 하는 사람이 더 이상한 사람”이라며 “(우리가) 반대하는 사람을 넣는다고 물을 게 아니라 공수처가 문제 있다고 말하지 않는 사람을 넣는 게 더 문제”라고 꼬집었다. 공수처의 위헌성을 인식하지 않는 인사를 여당이 최종후보로 밀어붙일 경우 야당의 ‘비토권’을 앞세워 공수처 출범을 저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이에 민주당 신영대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주 원내대표는 후보자 추천 절차에 흠집을 내더니, 엄격한 검증을 내세우며 시작도 되지 않은 회의에 거부권 이야기부터 꺼내고 있다”고 했다. 석 전 검사장에 대해서는 “공수처 자체를 반대한 사람으로 후보자를 추천한 것은 ‘일을 안 되게’ 하려는 의도는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여야의 신경전이 거세지면서 민주당 내부에선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시키는 쪽으로 공수처법을 개정해서라도 공수처를 출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만 이 경우 민주당이 공언해 온 ‘연내 공수처 출범’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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