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문외한 한의사, 4년 걸린 세계 최고 UTMB 완주기[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 동아일보

조상호 달리기한의원 원장이 2024년 세계 최고의 트레일러닝대회인 UTMB(울트라트레일몽블랑)에서 알프스산맥을 질주하고 있다. 2019년 체중 감량과 체력 증진을 위해 산을 오르기 시작한 그는 UTMB 100마일 완주를 목표로 정하고 체계적으로 준비해 4년 만에 완주했다. 조상호 원장 제공
조상호 달리기한의원 원장이 2024년 세계 최고의 트레일러닝대회인 UTMB(울트라트레일몽블랑)에서 알프스산맥을 질주하고 있다. 2019년 체중 감량과 체력 증진을 위해 산을 오르기 시작한 그는 UTMB 100마일 완주를 목표로 정하고 체계적으로 준비해 4년 만에 완주했다. 조상호 원장 제공
양종구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양종구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해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던 2019년 말 체중이 늘고 체력이 떨어져 산에 다니기 시작했다. 그 무렵 ‘아무튼, 산’(장보영 저)을 읽고 세계 최고의 트레일러닝대회인 UTMB(울트라트레일몽블랑)도 알게 됐다. 학창 시절 체육을 싫어했고, 체력이 약해 조금만 걸어도 헉헉대던 서른 중반의 한 가장이 트레일러닝 도전에 나섰다. 조상호 달리기한의원 원장(42)은 4년을 체계적으로 준비해 2024년 UTMB 100마일(160km)을 완주했다.

“운동이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산을 조금 오르는 것도 힘겨웠어요. UTMB를 달리는 사람들을 보고 ‘나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너무 멋있어 보였죠. UTMB 완주를 목표로 설정한 뒤 산을 달렸습니다. 그 선택이 제 인생을 바꾸었습니다.”

당시 경기 광명에 살던 조 원장은 근처 도덕산(해발 200m)에 주로 갔다. 처음엔 1km도 제대로 못 올랐다. 계속 거리를 늘렸고, 어느 순간 힘들었던 2시간 산행이 쉬워졌다. 나중엔 3시간 이상 산행도 거뜬해졌다. 2020년 국내에서도 코로나19가 확산하는 바람에 스포츠시설은 폐쇄됐지만 산은 엄격하게 통제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매일 오전 오후 산을 오를 수 있었다. 트레일러닝은 모든 고민을 떨쳐내고 산 달리기에만 몰입하게 만들었다. 당시 지인이 혈액암으로 사망했고, 개인적으로 힘든 일도 많았는데 산을 달리며 버틸 수 있었다.

85kg이던 체중이 빠지기 시작했다. 1년여를 지났을 때 체중이 60kg대로 들어갔다. 2021년 11월 트랜스제주 50K에 출전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50km 이상을 달리는 울트라트레일레이스에 집중했다. 조 원장은 2024년 자신의 생일인 9월 1일(한국 시간) UTMB 100마일을 39시간46분3초에 완주했다. 공식적으로는 100마일 대회이지만 산길 코스를 정확하게 설계할 수 없어 실제론 175km를 달리는 지옥의 레이스다. 상승 고도만 1만 m가 넘는 험난한 코스다.

알프스산맥을 달리는 UTMB는 다른 대회에서 일정 포인트(스톤)를 쌓아야 출전권을 얻는다. 조 원장은 UTMB를 앞두고 2023년 거제 100km와 트랜스제주 100km, 울주나인피크 123km에서 몸을 만들었고, 2024년 4월 일본 후지산 162km를 완주한 뒤 그해 8월 UTMB 출발 및 골인점인 프랑스 샤모니로 향했다. 당시 조 원장은 UTMB 완주를 위해 오전 오후로 나눠 하루 25km를 달렸다. 월 700km. 산과 도로를 350km씩 달렸다. 원래 산만 달렸는데 한계에 부딪혀 도로도 달렸다. 스피드를 끌어올리려면 도로 훈련이 필요하다. UTMB를 완주한 뒤 체중이 딱 60kg으로 줄었다.

사실 조 원장은 인생을 잠시 돌아왔다. 그는 “원래 꿈이 한의사였는데 공부가 부족했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꿈을 가져라’라고 자주 말했는데, ‘그럼 내 꿈은 뭐였던가’를 고민하게 됐다. 그래서 다시 한의사가 됐다. 그리고 UTMB 완주란 또 다른 목표에 도전했고 성공했다. 이젠 러너들과 함께 달리며 그들이 부상 없이 달릴 수 있도록 돕는 게 또 다른 꿈”이라고 했다.

한의원을 개원했다가 접고 대형 한방병원에서 일하던 조 원장은 트레일러닝을 통해 한의사로서 갈 방향을 잡았다. 올 초 러너 전문 달리기한의원을 개원했다. “산을 달리면서 발목과 무릎 등 정말 많이 다쳤습니다. 부상은 단순히 아픈 부위를 가라앉히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다시 달릴 수 있도록 ‘복귀를 설계하는 과정’이 함께 있어야 해결됩니다. 한의사로서 산을 달리면서 뼈저리게 느낀 것입니다. 다친 뒤 달리면 상태가 더 심해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런데 알고도 포기하지 못하는 제 모습을 보면서 한의사로서 참 한심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제 몸을 시험대에 올려놓고 테스트했고, 그 경험을 이제 러너들에게 돌려주고 싶습니다.”

조 원장은 달리기에 빠진 사람들은 부상에도 포기를 모른다고 했다. “진정한 러너들에게 달리는 건 취미를 넘어 삶의 의미이자 목적입니다. 그래서 조금 아파도 참고 이겨내려고 합니다. 저도 그랬죠. 그런데 훈련을 멈추고 치료하고 재활한 뒤 다시 달려야 오래 달릴 수 있습니다. 인생은 깁니다. 마라톤, 트레일러닝도 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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