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인사이트]AI 시대, 일자리 불안 낮추는 해법 ‘사내 교육’

  • 동아일보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내 일자리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기업이 제공하는 사내 교육이 근로자의 ‘자동화 위험’을 낮추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여기서 자동화 위험이란 ‘근로자가 수행하고 있는 업무가 기술에 의해 자동화될 위험’을 뜻한다.

독일 뮌헨대, 드레스덴공과대, 할레대, 미국 스탠퍼드대 공동연구진은 37개국 9만여 명의 근로자 데이터를 분석해 사내 교육이 근로자의 자동화 위험과 임금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기존 연구들이 직업(Occupation) 단위로 자동화 위험을 분석했던 것과 달리 이번 연구는 개별 근로자가 수행하는 구체적인 직무(Task)를 기준으로 개인별 자동화 위험을 보다 정밀하게 측정했다.

연구 결과 지난 1년 동안 사내 교육이나 직무 관련 교육에 참여한 근로자는 그렇지 않은 근로자에 비해 자동화 위험이 평균 3.8%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평균 자동화 위험(약 46%)의 약 8%에 해당하는 수치로, 교육이 자동화 기술에 의한 대체 가능성을 유의미하게 낮춰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교육의 효과는 단순히 일자리를 지키는 데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소득 증가로도 이어졌다. 사내 교육을 받은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은 약 7.1% 상승했다. 연구진은 임금 상승분의 약 15%가 교육을 통해 자동화 위험이 낮아진 데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했다.

그렇다면 사내 교육이 어떻게 근로자의 자동화 위험을 낮출까. 연구에 따르면 교육은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포트폴리오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킨다. 교육을 받은 근로자들은 기계가 대체하기 쉬운 육체적 기술이나 단순 반복 작업보다 복잡한 문제 해결, 타인 설득, 협상, 교육, 조언 등 자동화하기 어려운 인간 고유의 역량을 발휘하는 업무를 더 많이 수행하게 됐다. 또한 사내 교육은 근로자의 디지털 기술 활용 능력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자가 신기술을 경쟁자가 아닌 도구로 활용해 더 복잡하고 가치 있는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도와 기술 변화에 적응하게 만든 셈이다.

주목할 점은 사내 교육의 혜택이 특정 계층에 쏠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연구 결과, 성별, 연령, 교육 수준과 관계없이 모든 그룹에서 사내 교육은 자동화 위험을 낮추고 임금을 높이는 효과를 보였다. 이는 사내 교육이 고학력자나 젊은층의 전유물이 아닌 취약계층을 포함한 근로자 전반을 위한 효과적인 스킬 향상 수단임을 시사한다.

특히 연구진은 ‘교육을 받은 사람은 원래 똑똑해서 자동화 위험이 낮았던 것 아니냐’는 비판을 정밀하게 검증했다. 이를 위해 단순 비교가 아니라 동일 직업·산업 내에서 교육을 받은 사람과 받지 않은 사람을 비교했다. 또한 수리 능력 등 개인 역량을 통제해 두 집단의 특성을 최대한 동일하게 맞춘 후 효과를 추정했다. 그럼에도 교육 효과가 일관되게 유지됐다.

교육의 효과는 교육 기간이 길수록, 고용주가 비용을 전액 또는 일부 지원할수록 더 강력하게 나타났다. 이는 고용주가 비용을 투자할 만큼 실질적인 직무기술 향상을 목표로 교육할 때 생산성 향상 효과가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같은 결과는 기업의 조직 설계에 중요한 함의를 던진다. 자동화가 특정 직무를 없애는 것이 아닌 직무 내 작업 구성을 바꾸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력 감축보다 재교육과 재배치가 더 효과적인 대응 전략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자동화 위험이 컸던 직무일수록 이후 위험도가 더 크게 낮아지는 패턴이 확인됐으며 연구진은 이를 기업의 직무 재설계 가능성으로 해석했다.

연구는 사내 교육을 단기적 복지나 형식적 제도가 아닌 생산성 향상을 전제로 한 전략적 투자로 설계해야 함을 강조한다. 단순히 ‘교육 몇 시간 이수’를 확인하는 절차가 아니라 실제 직무 변화와 역량 전환을 끌어낼 수 있는 설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자동화의 속도가 빨라지는 환경에서는 기업이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속도만큼이나 그 기술을 다룰 인적자본을 함께 강화하는 ‘기술-인재 동시 투자’가 핵심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연구 결과는 사내 교육이 근로자의 업무 구조를 고부가가치 방향으로 전환하고, 임금을 끌어올리는 생산성의 동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글은 동아비즈니스리뷰(DBR) 434호(2월 1호) “사내 교육받은 근로자는 ‘업무 증강’, AI 자동화 위험 낮추고 임금 올라” 원고를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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