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 방문해 눈물 보인 美 유력 여성 부통령 후보 [이정은 기자의 우아한]

이정은 워싱턴 특파원(북한학 석사) 입력 2020-08-06 14:00수정 2020-08-06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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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런 배스라는 이름의 미국 연방 하원의원은 최근 민주당 조 바이든 대선후보의 러닝메이트로 급부상한 ‘다크 호스’입니다. CNN이나 폭스뉴스 같은 언론에 자주 노출되지 않고 워싱턴의 주요 정치무대에도 나서지 않아 저에게는 다소 낯선 이름이었는데, 최근에 순식간에 유력한 부통령 후보 중 한 명으로 전면에 등장했습니다. 수전 라이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과 함께 부통령 후보 ‘3인방’으로 거론됩니다.

캐런 배스 의원

배스 의원에게 눈길이 가는 이유는 그가 이런 돌풍의 힘을 보여줬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알고 보니 그는 한국과 관련한 남다른 스토리를 갖고 있었습니다. 한인타운이 위치한 LA 지역구에서 5선을 했다는 게 우선 그렇습니다. 미주 한인 이산가족 상봉 결의안을 발의하는 등 의정활동에 한인들의 목소리를 반영해왔습니다.

그는 교통사고로 딸과 사위를 한꺼번에 잃은 아픈 가정사도 겪었습니다. 2006년 결혼한 23세 딸이 사위와 함께 신혼여행을 떠나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한 겁니다. 그 때 딸 부부가 몰았던 차가 현대차였다고 합니다. 배스 의원과 오랜 인연을 맺어오면서 이런 사연을 알고 있었던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가 2011년 그의 한국 방문 당시 현대차 방문을 조심스럽게 권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배스 의원은 선뜻 이 제안에 응했다고 합니다. 연방의원 자격으로 한국의 주요 대기업을 방문해 한국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목적도 있었지만, 고통스런 기억으로 인한 오해나 편견을 씻어내려는 생각도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현대차 본사를 방문한 배스 의원은 정의선 부회장과 만나 환담을 나눴지만, 어느 순간 딸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며 눈물을 보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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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뉴욕에서 김동석대표와 만난 캐런 배스 의원. 풀뿌리 시민운동을 해온 그는 연방의원으로 당선되기 전 한인유권자운동을 해온 김 대표를 찾아와 조언을 청했다고 한다.
간호사 출신인 그는 풀뿌리 시민사회 활동가 경력 등을 바탕으로 마약 중독자 지원과 전국민 보험, 인종차별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온 중진 의원입니다. 현재 연방의회 흑인 코커스 의장을 맡고 있다는 점 또한 최근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후 높아진 인종차별 철폐 여론과 맞물려 그의 부통령 낙점 가능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다소 내성적인 성격인 그는 카메라 앞에도 잘 나서지 않아 전국적인 지명도나 네트워크는 떨어지는 것은 약점으로 거론됩니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정치적 야심이 크지 않아서 대통령을 누르고 자기 정치를 할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평가와 함께 바이든 후보를 안심시키는 효과도 있습니다. 또 다른 유력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의원이 화려한 경력과 트럼프 대통령에 맞설 전투력에도 불구하고 바로 이 지적 때문에 캠프 내에서 거센 견제를 받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죠.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 부통령이 누가 되느냐 하는 것은 선거판 구도를 바꿀 수 있을 정도의 위력을 갖는 변수입니다. 올해 77세인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80세가 넘는 4년 뒤에는 재선에 나설 수 없다는 것이 거의 기정사실인 만큼 부통령은 차기 대통령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여성 대통령’ 탄생이라는 그림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는 말입니다.

바이든 후보로서는 단순히 자신의 약점을 메워줄 수 있는 2인자가 아닌 4년 뒤의 권력구도까지 바라보고 결정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자신을 밟고 넘어서려는 야심가를 곁에 둘 수는 없으니 그의 장고는 깊어질 수밖에요. 당초 이번 주에 부통령 후보를 발표하겠다던 계획이 밀리면서 워싱턴 정가에서는 벌써부터 “각 후보 진영의 로비에 휘둘려 결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배스 의원은 선출직 흑인 의원들이, 수전 라이스는 외교안보 분야 전문가 그룹이, 카멀라 해리스는 큰 손 후원가들이 각각 강력한 지원 의사를 밝히면서 내부 각축전이 치열합니다.

지난해 말부터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뛰어들어 유세 현장을 뛰어다녔던 카멀라 해리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과 유엔 주재 미국대사를 지내며 언론에 수없이 등장했던 수전 라이스를 여기서 굳이 다시 소개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수전 라이스의 경우 2017년 뉴욕타임스 기고문에 북핵을 용인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놓은 적이 있다는 점에서 부통령 낙점시 북-미 비핵화 협상이 뒷전으로 밀릴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바이든 후보는 이번 주에 부통령 후보들을 대상으로 최종 인터뷰를 진행해 이르면 이번 주말, 늦어도 다음주에는 러닝메이트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누가 됐든 한국에 대한 이해가 깊거나 앞으로 한국에 더 관심을 가져줄 인물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정은 워싱턴 특파원(북한학 석사) lightee@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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